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3_음악

Brown Eyes - 벌써 일년

90' 2016. 10.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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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이 만든 이 인트로는, 이 전주는 아마 영원히 빛바래지 않을 거 같다. 우연히 방금 듣고는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표현할 수는 없는데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이미지를 좋아했었지, 라는 안도감과 앞으로에 대한 믿음(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그리움이 한꺼번에 섞여 왔달까. 좋아하는 음악 오랜만에 들으면 자주 오묘한 감정들을 느끼지. 편곡도 좋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이 가진 포지션- 왠지 연한 갈색 스웨터를 입었을 거 같은 - 심플하고, 세련되고, 유하고, 포근한데, 이제는 다 없어진 아날로그 감성을 마지막으로 가진 세기말 세대라는 사실. 그걸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여러모로 나는 이런 감성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말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거 모으고, 싫어하는거 빼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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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열한살 때, 브라운아이즈 팬카페를 만들어 운영했었다. 다음 카페 초창기 시절이었고 카페 이름은 패기넘치는 '브라운아이즈 공식 팬카페' 였다. 이십개가 넘던 브라운아이즈 팬카페 중에서 랭킹 4위였고, 아마 이름때문에 공식인 줄 알고 속아서 가입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난 html 정보 카페에서 여러 태그들을 가져와 카페를 꾸몄다. 500명이 넘는 회원들은 브라운아이즈에 관한 애정과 소회를 촌스러운 인터넷 약어를 써가며 글을 써갔고 나름 카페는 잘 운영됐다. 나는 내가 초딩인 것이 창피해 숨겼다. 내게 운영진 멤버를 시켜달라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나보나 나이가 많았고, 몇몇 대딩 운영진들도 기억이 난다. 그 후 같은 초등학교 5학년 5반 친구들이 '5-5 김여진 카페 짱!' 이렇게 글을 악의없이 쓴 뒤, 나는 쪽팔림에 카페를 폭파했다. 

처음 길거리를 걷다 가게에서 나오는 이 음악을 듣고 반했던 그 당시의 느낌이 오래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16년 전이라니. 도대체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산걸까? 원래 이렇게 별거 없는게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