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4_영상 15

미나리

미나리 보고 왔는데 기생충 같은 영화랑 비교도 안되게 촌스럽지 않으며 기만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만들었다. 그리고 이건 정말 교포 얘기 어쩌고로 묶기에는 애초에 한국 이야기나 혹은 민족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미국 사람들이 자기 얘기로 이입해서 읽을 만한 미국 영화같다. 화재가 일어난건 이른바 연극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 정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건으로 좋은 의미로는 다시 출발점이 된 가족의 순응적인 태도가 너무 이입되서 가슴이 씰룩거렸음. 이거 페북에 썼는데 댓글을 갈무리하고 싶어 추가함. 아 미나리 보고 싶습니다ㅜ 그런데 기생충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 촌스럽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에구. 기생충에 관련되선 너무 당시에 유행이라 사람들 말이 많아서 진짜 간단하게만 썼었는데요. 고거라도 ..

릴리슈슈의모든 것

오늘 재개봉한 릴리슈슈의모든 것을 봤다. 중학교 때쯤에 이 영화를 처음 봤었다. 그때는 이 영화가 주는 뮤직비디오 같은 형식과 뚜렷한 색체나 강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과 자극적인 플롯에서 나오는 끌림 같은 것을 좋아했었다. 십몇년이 지나고 오늘의 소감은 이렇다. 초반에는 나이브하단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같은 전형적인 십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적당히 음울하고 초록색 필터를 끼고 촬영한 장면들이라거나 거친 핸드헬드 등으로 역시 클리셰같은 연출을 했다고. 그런데 점점 예전엔 느끼지 못한 지점들이 느껴졌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건 부채감과 슬픔과 분노같은 것이었다. 이건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십대를 그대로 그린듯이, 구체적으로 현실의 예들은 얼마든지 댈 수 있을 거였다. 아이들의 극단적이거나 이해..

화양연화 재개봉을 보러가자.

세상에 이런 글 너무 좋다. n.news.naver.com/article/032/0003057456 [공감]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서 깨달은 것 [경향신문] 학생시절부터 각별했던 이들과 오랜만에 즐겁게 웃었는데, 기분 상하거나 슬플 일 하나 없었는데, 헤어져 돌아오던 길에 심장이 에여왔다. 가만히, 정적 가운데 내면에서 무언가 무 n.news.naver.com 각자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하고 캄캄한 데에 버려졌다 낙담했을 날들이 도리어 그들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이었다.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겠지만. 아니, 인정할 수 없었겠지만. 잃은 대상에 대한 당위적인 그리움에 갇힌 채 무협소설 운운하며 애써 마음을 부정하던 그때, 둘은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관통 중이었던 거다. 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네멋 단상

복수나 경이처럼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참 행운일거다. 내가 가진 이기심과 비뚤어짐은 결국 내 손해로 귀결될 때가 많으니. 애매하게 착하고 애매하게 나쁠 바에는 하나만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잔인해지지 않고 어떻게 한 사람만을 좋아합니까. 착한 마음으로는 세상 전부를 좋아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하나만 좋아하려면 착해선 안돼요. 잔인하게 한 사람만 좋아할래요. 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모든 진심을 다 바칠 수 있을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39FsgsSqmak&fbclid=IwAR1YAUSdlRmpS7drB65Zm9HGMyBLimgM6-GqoDxIJS93jY7GmAhmxVIHH64 https://www.youtube.com/watch?v=OG-b..

세계를 지워버리는 키치 감성, 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낭만이 짙은 작품인데 인생에는 단맛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지금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스타일이 훨씬 좋다. 세계의 구조를 지워버리는 듯한 키치의 감성. 물론 위로가 될 때는 고마운 감성이다. 하지만 맘에 차지 않을 때는 영 불편하다. 남자는 죽고 오십 년동안 사후 세계에서 생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끝내 고르지 못한다. 후반부에 남자는 자신이 죽지 않았었다면 아마 결혼했었을, 생전의 정혼자가 선택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바로 자신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낮이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었다는 것. 자신이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의 일부였다는 것. 그제..

네멋대로 해라 - 하고 싶은거 하고 나중에 후회할래요

다시 생각난 드라마 . 드라마를 보기 힘들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복습하는 한국 드라마다. 사실 후반부는 별로 재미 없다. 양동근과 이나영의 러브스토리는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관심없어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의 아직은 아날로그가 우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 편집, 연출이 좋고, 양동근, 공효진, 양동근 엄마와 아빠, 의사 관두고 스턴트맨 된 인물 등으로 연출해낸 인간군상들이 내 취향이다. 양동근이 착한 소매치기로 나오는 촌스러운 90년대 클리셰도 완전 내 취향이다. 한때는 양동근 캐릭터와 그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잠시 팬이 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공효진과 양동근은, 내가 가지지 못한 로망을 갖고 있다. 공효진이 이나영에게 "너같은 년들은 잡생각이 많아서 믿음이란걸 모르지..

영화 침묵

믿음은 피상적인 것보다는 마음에서 굳건히 자리잡은 무엇이아닐까.키치지로는 결국 마지막에 십자가가 발견되어 잡혀갔다. 그의 마음의 중심에는 꾸준히, 그리고 오래 믿음이 있었다. 후미에(예수형상을 밟는 것) 등의 배교의 행위를 인생에 걸쳐서 참 많이 했고 너무나 나약한 일반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에는 꾸준히 신앙이 있었다.성경에서는 아무리 악한이라도 마지막에 고해를 받는경우가 있고, 아무리 선해도 마지막에 한번 잘못해서 악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키치지로는 전자이고 결국 선택받은 자가 아닐까.

박찬욱은 정말 그게 될 이야기라고 생각했을까? - 영화 아가씨

최근 박찬욱의 를 보며 느낀 것이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젠더문제를 다뤘고, 영화는 그의 과거 영화와 달리 너무도 촌스럽다는 거다. 어찌보면 박찬욱이 남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주류 언어만을 쓰는 남성은 비주류의 언어인 여성의 언어를 어려워한다. 그에 비해 여성은 남성-여성의 언어를 전부 구사한다. 여성주의 이론을 강연이나 책으로 접할 때에도 여성들은 술술 읽거나 들으며 술술 이해하는데, 신기하게도 남성들은 그것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은 어떤 이론이나 학문에 적을 두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남성들은 그게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젠더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 발화되는 어떤 문제의식들은 여지껏 젠더문제에 관한 고찰이..

<그녀>

스킵해봤다. 다시 보기 이전에 리뷰에서 참고할 것. 1. 사만다의 대사 속 "이제 우린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거죠."에서 그 '사랑하는 방법'이 이야기 안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은 시어도어가 캐서린과의 이혼과정을 겪는 부분에서 시어도어가 사만다와 대화할때입니다. 캐서린과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고 말다툼을 하고나서 그는 그녀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혀 자신이 운영체제에게 위로를 받는 사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하고 사만다에게 모질게 대하게되죠. 그리고 나서 잠시 냉각기를 갖고 둘은 진심어린 대화를 나눕니다. 시어도어가 그 때 이렇게 말하죠. " 그래, 내가 그랬지. 캐서린한테 했던 짓을 똑같이 한거야. 난 무엇때문에 화가 났는데 그게 무엇인지 말할 수 없었어. 그러면 그녀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말하라고 하..

함께하자, <가자의 눈물>

글쎄, 적어도 3년? 내에서는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영화였을 것 같다. . 한국에 정보가 거의 없어서 자막과 함께 내가 유투브 토렌트 등으로 배포하려고 한다. 이미 작년 초에 독일 친구가 내게 권했던 것이지만 이제서야 말이다. 가자의 눈물 사이트 콘택트란에 글 하나를 보냈다. 답장이 빨리 오면 영화 자막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싶다. +바로 프로듀서에게 답장이 왔고, 지난 토요일엔 전화통화도 했다. 한국에서도 공식 유통을 준비중이라고 해서 온라인으로 배포는 안하기로 했다. 대신 내게 다른 다큐도 추천해주었고, 나도 괜찮은 필름배급사와 인디영화관을 추려서 전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