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12_그외:인문 31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은 내가 가졌던 음흉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능력주의가 어떻게 교만을 태동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례로 트럼프를 뽑은 것이 저학력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었다고 평가절하하기 앞서 노동자의 분노를 터뜨리게 한 엘리트부터 비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빛을 발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내리깔려지고 있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분노에도 초점을 잡은 생각보다 정동적인 책이다. 나는 테크노크라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엘리티시즘과 결부시켜 여러번 생각해본 적이 있다. 현대 국가는 테크노크라시, 즉 ‘기술관료제’ 사회다.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는 그리스..

키치함도 유행이 가버렸나

친구가 갤럭시익스프레스 브로콜리너마저 마이앤트메리 언니네이발관을 막상 십년전엔 잘 안듣다가 지금 들으니까 눈물없인 들을 수 없다고 하는데 너무 공감간다. 난 들었어가지고 지금 어쩌다 가끔 들으면 아직도 좀 물려서 별 감정이 들지 않는다. 가끔 센치해지면 '아 시간 너무 빠르다.' 정도가 끝. 그런데 그때 안듣다가 지금에서 처음 듣는다면 진짜 눈물 나올거같다. '아 십년전의 풍취도 이렇게 다 벌써 끝나버렸구나. 잡을 수 없구나' 하고 ㅋㅋㅋㅋㅋㅋ 십년전에는 들으면서도 키치스러운 인디 밴드들이 정말 토나오게 싫었었는데. 사실 브로콜리 마이앤트메리 언니네도 엄청나게 키치하고 감성팔이 밴드들이지만 그래도 그들만의 매력이 있었기에 들었지, 정말 감성만 팔았던 별로였던 밴드들은 정말 극혐했었다. 그런데 2019년도..

버티는 사람에게 계속 짐을 지우는 것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부터 챙겨주게 된다. 그리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여지껏 참고 버텨온 사람은 앞으로도 그래주길 기대하고 계속 짐을 지운다. 끝까지 버텨줄거라고 믿고 싶었겠지만 개인에게 짐을 너무 지운 것이 문제였다. 의도가 중요한게 아니라 행동이 중요한거다. 항상 잠시 멈추고 여지껏 버텨와줬던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최소한 안부라도 보내는 것이 사람 도리라고 믿고 있다. 사실 녹색당 이야기임. ㅋㅋㅋㅋㅋ

수유마트에서 느꼈던 페이소스

어제 수유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마비가 온듯한 중년으로 보이는 장애인 분이 앞에 계셨다. 그리고 부모님으로 보이는 노부부도 있었다. 그들은 종이 상자에 산 물품들을 다 담았고 결제만이 남았다. 삼만 얼마가 나왔는데 카드가 한도 초과라고 나왔다. 그 아들은 되묻고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도움을 청하기 위함인지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너무 마음이 안좋았다. 그렇다고 거기서 내가 뭘 하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부정적인 관심 혹은 동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바로 그 전에 장을 보려고 이것저것 담을 때에도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가 직원에게 '계산하는데가 어디에요' 라고 하는데 직원이 손가락으로 대충 가르키며 '저기 있네요' 라고 했고 그쪽은 카운터가 가깝긴 하지만 계산하려면 돌아가..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애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 강아지는 우리와 같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돌봐주는 것을 일주일에 몇번만 하는게 아니라 매.일. 해야 한다. 늘 시간을 들여야만 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에너지가 많이 뺐긴다. 이걸 매일매일 십몇년을 해야 한다. 강아지가 사람 없이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고 불쌍한 감정이 든다.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사람은 강아지가 일부지만 강아지는 사람이 모든 것이고 24시간 내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느껴져서 짠하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 강아지가 있어서 집안이 예뻐지는 것도 실시간으로 느끼지만. 그래도 정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나..

법정립적이라는 것은 폭력-법

베버는 현대 국가의 특징을, ‘특정 영토 내에서의 정당한 폭력의 독점’ 이라고 함. 폭력성에 대한 법학자 김도현의 비판. 합법적 폭력이라는 인식은 합법성과 정당성이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합법성이 정당성을 충분히 산출하지 못할 때 사회 성원들이 합법성을 폭력으로 인식하게 되고 기성 법질서에 저항하게 된다. 그러므로 합법성에 대한 폭력성 평가는 일단 정당성의 관점에서 내려지는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발터 벤야민. 모든 폭력은 수단으로서 법정립적이거나 법보존적이다. 벤야민의 폭력비판을 위하여. 그리고 데리다와 아감벤의 해석. 법정립적이라는 것은 폭력-법이라는 것이다. 4.3 48년 11월 계엄. 계엄법이 없는데 계엄을 선포. 그것은 법정립적 폭력. 그리고 49년에 계엄법이 만들어진다. 혁명은 법정립..

과잉활동. 그리고 한병철.

오늘 한병철을 읽었다. 피로사회와 투명사회와 타자의추방을 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다. 타자의 추방은 빌릴 생각이다. 사랑이라는 테마와 관련해서 에로스의 종말과 함께 타자의추방도 흥미로운 관심사를 다룬 책들이기 때문이다. 타자의추방을 살 생각까진 없지만, 롤랑바르트의 사랑의단상은 원래 사려다가 말았던 책인데 우선 그것은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아마 타자의추방은 안살듯. (롤랑바르트>한병철) 이는 피로 사회에서 내게 중요한 부분 같아서 발췌한다. 한병철은 사색적 삶을 활동과잉보다 우위에 놓으며 신비주의로 귀결하며 본인이 비판하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게끔 되어있다는 프레시안의 비판 기사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별개로 나는 내 자신이 '활동 과잉'적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이는 내 객관화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68년의 봄이 50주년을 맞았다.

삶과 생존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1968년 5월 그리고 2018년 5월. 50년이 지나도 그 불꽃같았던 순간을 살았던 지금의 노년 세대들, 그 쟁쟁한 석학들. 하지만 더이상 그들을 동경하려 하지 않겠다. 냉소도 없을 것이다. 혁명은 한 순간에 튀는 불꽃이 아니다. 한 순간 멋있어지는 것보다 꾸준히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가라고 감상에 젖어 구원을 바라던 몇 년 전의 포스팅이 있었다. 68 세대를 부러워했다. 신사회적 운동 감성에 혹하지도 않은 것은 꽤 됐지만, 이젠 그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세대의 집약같은 사건들, 그것은 나에게도 있으니 구태여 부러워하지도 않겠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것 그것이 혁명이다. 희망은 존재한다. 생존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