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25_페미니즘 10

다시는 강인하고 멋진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재서씨의 덧붙임처럼 나도 양예원씨의 행보와 인터뷰를 보면 그 올곧음과 강인함에 그의 인간성이 경이로울 정도로 멋지다고 느낀다. 하지만 인간은 상처받고, 특히나 자기 주변의 환경과 상황이 어떻게 맞물리냐에 따라서 더욱 고되고 힘들기도 하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좀 지키고 구부러지기도 하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이토록 강인해보이는 사람들은 그 강인함 때문에 너무 힘들어지면 버티고 버티다가 한순간 부러지기도 한다. 물론 멋있는건 멋있는거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걱정된다. 강인하기 때문에 버텨주겠지 싶은 사람들이 떠났던 순간들도 경험했다. 최근 변희수씨가 돌아가셨을 때 실제로 응원의 말을 뱉고 그에게 전달해본 적이 없는채로 마음 속으로만 멋있다고 생각한게 후회됐었다. 그런 것들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

언니차 프로젝트?

‘언니차 프로젝트’ 이연지 기획자 “여성의 이동 독립권, 언니한테 배워봐요” - 경향신문 (khan.co.kr) ‘언니차 프로젝트’ 이연지 기획자 “여성의 이동 독립권, 언니한테 배워봐요” 여성 운전자 위한 행사 모임 기획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힘 기르기30년 경력... m.khan.co.kr 조수석에 남자친구 태우고 다녀본 여자라면 많이들 공감할 것들이 있다. 식당이든 어디든, 주차관련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내가 아닌 남자에게 물어본다거나, 정비하러 갔을 때 나 말고 남자를 보며 대답한다거나. 특히나 전형적인 꾸며진 데이트 의상으로 꾸미고 뒷자리에 있던 구두로 바꿔신고 들어갈 땐 거의 빼박이다. 못생긴 남자랑 잘생긴 여자가 있으면 차라도 남자가 가져왔겠지 이런 심리라면 안그래도..

N번방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게 N번방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작년 초 막학기에 졸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려는데 굳이 가까운 도서관을 가지 않고, 이 기회에라도 불법촬영물 근절에 대한 연대를 하고 싶어 한사성(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로 요청을 하여 그것으로 봉사하게 됐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 접수가 하루에도 연이어졌다. 하지만 분노하고 충격받기엔 지우기 위해 일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였고 눈물이 흘러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다행히 얼마나 음지에서 성범죄가 만연한지 알고 찾고 공부했기에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잦은 주기로 해외 도메인을 타서 움직이는 수만개일지 수십만개일지 모를 사이트들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불법촬영물들과 성착취영상 등의 목록 바로 옆의 동시접속자수는 평일 오전에 이미 수만명인 경우가 많았다. 일상 생활에서는 절대..

내 세계의 주연

배울게 많은 남자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고 소중한 남자 사람 친구들도 많으며 행복한 연애도 많이 해봤기에 기본적으로 남자 좋아한다. 다만 작년부터 내 욕망대로 살기 위해서 재편한 내 세계에서 주연(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거의 다 여자들이다. 왠만큼 소중한 남자 사람들도 주연은 아니며 남자 애인이 있다면 그 정도. 이것은 내 의지표명이기도 한데, 이 다짐 자체만으로 나 스스로가 더 당당해진다. 여지껏 사회화되어 살아온 내 모습은 적당히 덜 주체적이어야 잘 살 수 있었다는 반증이겠지. 기대하면 실망하는 법. 구태여 의미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보니 조금 더 행복하더라. 오직 내 욕망대로 살며 내가 멋지고 더 잘 사랑하고 잘 되기 위해서 내 세계의 주연을 여자들로 세우는 세계를 공고히할 것이다.

낙태죄 불합치 판결

낙태죄 불합치 판결이 난 것을 보자마자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헌재 앞인데 다들 울고 난리라고, 오늘 저녁에 집회 세 가지 버전을 준비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축하버전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단다. 헌재 앞에서 울고 있을 나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간 그들의 고생이 오늘부터 낙태죄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줬다. 길을 닦아주어 고맙다. (친구는 주말마다 일 때문으로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집회에 나갔다. 그를 보며 많이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느낄 때에는 그저 말문이 막힌다. 축하한다. 그리고 낙태죄 폐지는 당사자 여성들,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여성들에게는 물론이고 여성 모두에게 직접적인 문제다. 마치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도 웃기지. 오늘은 나에게도 낙태죄폐지를..

스페인의 500만명 여성 총파업 믿기지 않는다.

그것은 알기 싫다 이상평론 스페인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상상력.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하루 동안의 총파업이지만 세계 여성 운동 사상 최대 규모였다. 500만명이 가담했다. 교원노조들 개 빡세게, 간호사들도 다 빡세게 파업, 언론 아나운서도 파업. 등등등. 전국에서 가사노동 파업도 대규모로 진행됐다. 스페인 전역에 전부 앞치마를 발코니에 걸어놓고 파업. 내가 스페인에 산다면 어떨까?한국에서 이렇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럼에도 학벌주의를 여전히 반대한다.

나는 고졸이었을 때나 대학을 다니는 지금이나, 미래에 다시 전업활동을 할 때나, 석박사를 할 때나 언제나 과잠을 싫어하고, 학위자랑을 싫어할 사람이다. 그깟 박사 학위가 뭘까? 나는 평소에 친구들에게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아마 페북에도 몇 번 썼었기에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그 말을 하는 기제에는 대학을 당연하게 다니는 것에 대한 '저항심'이 들어가있다. 대학을 다니는 것에 관하여 그 사실을 '당연하게'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진지하게 '학벌을 반대하지만~'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대학을 다니는 주제에 남에게 대학 다니지 말라고 말할 염치는 더더군더나 없고 그런 것을 증오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