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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아침 단상

90' 2024. 12. 11. 09:07

1. 동물권. 중국의 고양이 살해단, 미용견, 자궁이 탈출된 시골개, 그냥 어제 생각난 것들만 적어도... 매일 모든 순간 그 어느 곳에서 재미로 혐오로 살해당하는 고통이 존재한다. 어떤 순간에도 갑자기 불현듯 생각나 괴리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어제는 괜히 오픈채팅방에 동물권을 검색해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를 갖으면 신경이 거기에 쏠린다고 하던데, 다행인지 동물권에 대한 마음이 사라지질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

2. 광장에서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늘 온갖 정념이 맞붙는 주제다. 이전의 내 감수성과는 다른 지점들이나 결정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얽히며 2015년 이후의 넷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상당히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국의 페미니즘 안티페미니즘 그 어떤 부분에도 온전히 설 수 없이 경계선에 있었다. 다만, 역시, 약자의 고통을 느끼는 이상 결국은 페미니즘으로 회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3. 2008년이 아닌, 16년이 지난 2024년에도 광장에서, 아니 모든 곳에서 김진숙의 말이 필요하다.

 

4. 페미당당 심미섭 활동가의 발언에 대해, 어떤 불편함이나 어떤 의견이더라도 상관없다. 나부터 모순적이며 양가적이다. 다만 일부 공간들에서 남성들이 당당히 야유할 수 있는 그 ‘공기’만큼은 사라지길. 혐오할 권리가 없다는 말은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자기 삶에서 경험해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참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5. 사실 2번을 출근길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오며 더 집중해 읽었던 것은, 회사에서의 임밍아웃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 나의 권리를 위해서 조금 더 마인드를 무장해보고자 말이다. 부쩍 임신을 하고나서 내가 약자임을 깨닫고 괜한 상상까지하며 걱정하게 된다. 내 몸 속에 지켜야 할 생명이 하나 자리한다는 사실에 쉐도우복싱하듯이 괜히 나 혼자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것이다. 

심지어 면접에서부터 육아휴직이 잘 되어있다는 회사의 어필을 듣고 결정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뒤 오래지 않아서 말하기가 눈치보이고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축하받을 일이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다르겠지, 싶다보니. 

그럼에도 나는 말해야지. 이렇게 조금씩. 완벽할 필요 없다.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