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5_영감·롤모델

조니마와 모르세이

90' 2019. 2. 28. 19:43

데뷔하자마자 유명세를 탄 스미스의 1집 앨범 1번 트랙 Reel Around The Fountain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People see no worth in you oh but I do. 모리세이는 조니마가 없었으면 방안에 틀어 박혀서 혼자 시쓰고 평론하다가 현타맞고 취업했을 것 같고, 조니마는 모리세이가 없었으면 평범한 작곡가나 기타 세션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조니마는 적극적인 성향이라 모리세이를 직접 찾아가, 자신은 작곡하고 모리세이는 작사를 하면 어떻겠냐고 콤비 제안을 했다. 모리세이를 만나면서 조니마는 둘이 만나면 시너지를 내겠다는 통찰을 한 뒤에 확신이 들었고. 그런 조니마의 제안으로 둘이 밴드를 결성하고 도중에 고비가 있을뻔하면 조니마가 더 추진력있게 직접 런던가서 레이블 계약을 하는 식으로 행동해서 금방 데뷔했다. 1집도 명반, 2집도 소포미어 증후군 없이 명반, 심지어 3집은 NME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선 1위. 

조니마는 곡을 만드는 능력과 행동하는 추진력, 문화시장을 잘 통찰할 수 있는 심미안이 있었다. 하지만 프론트맨으로서의 자신감이나 작사를 직접 하기에는 스스로 애매하다는 것을 잘 알았던 사람이었다. 본인이 그걸 잘 알고 있어서 프론트맨+작사에 적격인 인물을 탐색하다가 모리세이를 떠올려 직접 찾아갔다. 둘 다 서로를 만나지 못하면 어정쩡했을 것이다. 모리세이는 조니마를 만나서 방구석에서 나와 역사상 최고의 프론트맨이자 음유시인이 되었고, 조니마는 모리세이를 만나 자신의 보완점을 완전히 채워 행동할 동기부여를 받아 박차를 가한셈. 

둘의 조합은 대중에게 어필하기 좋은 이미지를 생산해내기 좋은 조합이다. 둘 다 신념있고 자신의 파트를 잘 하는 사람들임은 당연하고. 조니마는 다방면에 능하고 외향적이며 행동력있는 7번 유형의 스타일인 반면, 모리세이는 한 부분에 꽂힌 사람의 자폐적인 청춘의 이미지, 거칠고 반항적이면서 내향적이고 우울하고 몽환적인 4번 유형의 스타일. 그런 4번의 문학적인 가사와 프론트맨으로서의 이미지, 7번의 재능있는 곡과 4번을 잡아주는 중심점이 합쳐졌을 때의 결과는 80년대를 휩쓸었음은 물론 그 이후 등장한 90년대와 00년대의 씬 역시도 돌이킬 수 없게끔 영향을 끼쳤다.


내가 조니마랑 성향이 비슷해서(능력까지 닮음 좋으련만) 이해가 잘되는데 모리세이같은 사람이 없으면 그렇게까지 행동할 동기부여자체도 안되고 어차피 모리세이 없이는 밴드가 빵 뜰만한 킬링포인트의 가사나 프론트맨이 없으니까 할 맛도 안 날거다. 시장조사 잘되는 사람인데 딱보면 어느정도 각 나오니까. 시장에서 확실히 먹힐게 아니면 어차피 인디나 마찬가지인거라서 그닥 동기부여가 안되는..

프론트맨으로 세웠을 때 역량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특정한 사람이 쓴 글과 그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 그 사람의 음색, 매력 이런 것들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특정한 사람이랑 있으면 그저 나 좋은거 떠나서, 확실히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는 거칠것 없이 행동하고 돌진해버리니까 조니마같은 스타일은. 모리세이는 글도 다듬어지고 섬세한데 반항적인 비트문학의 정서도 갖고 있어서 엄청 매력적인데다가 음울하고 자폐적인 청춘의 이미지도 있고 프론트맨으로서의 음색도 좋고 퍼포먼스 관종끼도 있고 글도 그렇게 쓰는데 어떻게 확신이 안들었을까 싶다. 막 너무 우울하기만 한것도 매력 없고 반항적인 것만한 것도 매력 없고 둘 다 있어야하면서도, 글 자체의 퀄리티도 높아야하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도 가능해야 개인적인 서사의 글도 더 띵문이 되듯이 사회적인 심미안도 있고 신념도 있어야하는데 모리세이는 그게 다 있지 않는가.

발굴 당하는 것도 발굴하는 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모리세이같은 예술가 유형의 사람은 조니마처럼 시장조사도 안되고, 본인이 하고 싶지도 않아하고, 관심도 없다. 관심도 없는게 더 매력적이고. 그걸 자기도 알고 있다. 그리고 모리세이가 혼자 한다고 해도 혼자 다 하면 대중이 느끼기에 부담스럽거나 뭔가 투머치로 오기 마련이다. 결국 조니마 같은 유형의 사람이 발굴해서 시너지를 내야한다. 그래서 밴드라는게 대단한 폼이다. 혼자는 누구나 한계점이 있는데 그 한계를 보완하고 매력을 사람과 사람이 조합하여 더 어필하게끔 만드니까. 아마 정점을 찍은 데이빗보위마저도 밴드폼이었다면 그 이상 더 대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튼 근데 시장분석능력도 있고 실제로 그걸 자신이 알고 관심있는 사람은 프론트맨보다는 프론트맨 옆에서 프로듀싱을 하는 역할이 제격이다. 프론트맨은 확실히 살짝 구름위를 걷는듯한 현실과 괴리된 매력이 있어야한다. 무대에서는 확실히 그런 사람이 어필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모리세이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현실성 없다거나 별로 안좋아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내게 어떤 보완이 되고 시너지가 되는지 너무 잘 알고 또 그런 사람들의 몽환적이고 내향적인 멜랑꼴리 감수성을 너무 사랑스럽게 생각해서 항상 그런 친구들에게 끌려온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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