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아홉시 즈음, 이미 밤이었다.
승객 좌석 중에서는 가장 앞좌석인, 운전 기사석 바로 뒤에 앉았다.
그렇다보니 8차선 대로를 달릴 때, 왼쪽의 4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들의 조명이 노랗고 주황색으로 몽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너무 오래 걸렸기에 집에 도착할 때에는 이미 멀미때문에 다시는 버스를 오래 타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초반에는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두 곡이 내게 겨울의 낭만을 다시 알려주었다.
Glay의 However와 Oasis의 Live Forever였다.
특히 오아시스는 오랜만에 들었다.
열 아홉, 나는 Oasis 1집의 Live Forever와 Slide Away를 들으며 버스운전기사와의 로맨스를 상상했다.
오래 지난 이야기지만 Live Forever를 들으며 그 때의 감성을 어느 정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 수 있는걸까.
Glay의 However는 역시 내게 겨울 노래라고 각인시켜주었다.
입김이 나는 겨울, 도심에서 각자 따뜻한 집을 향해 모두들 바삐 움직인다.
나는 사계절이 가진 각각의 낭만 모두를 좋아한다. 봄을 설레하고, 여름날 물가의 요정을 사랑하고, 가을은 내 생일이 있다.
하지만 겨울은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쓸쓸하고 춥고 고독한 만큼, 그 대비가 선명할 수록 더욱 더 아름답다.
첫 사랑의 정취, 그 쓸쓸한 로맨스도 겨울에서 가장 빛난다.
너무나 낭만적이고 로맨틱하다.
아, 난 아무래도 겨울이 너무 좋다.
언제나 반해버린다.
쿠라야미오 카케누케루 유키오 쿠레타노와, 아나타데시타.
어둠을 달려 빠져나올 용기를 준 것은 당신이었어.
코응도마돗타라 잇쇼니 쿠라소오. 얏바리 후타리가 이이네.
이번에 되돌아온다면 함께 하자. 역시 혼자보다 둘이 좋네.
코도쿠오쇼오 히토비토노무레니 타다즈응데이타. 코코로요세루 바쇼오 사가시테타.
고독을 짊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멈췄어. 마음둘 곳을 찾고 있었어.
'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 > 31_감성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통 발라드, 감미로움, 봄, 정승환, 고등학생, 첫 사랑 (0) | 2017.03.28 |
---|---|
스티치 (1) | 2016.11.18 |
슬픈선물 MV - 잘생긴 고수 / 고수+이은주 캐미 (0) | 2016.10.30 |
외모만 내 취향인 하석진 (0) | 2016.10.29 |
1of1 패션-컨셉의 안경낀 Key (0) | 201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