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14_정경사 이론

공부할 거대이론을 선택한다는 것의 어려움

90' 2018. 12. 20. 10:48

최근에 승목이랑 얘기하면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어떤 이론이든 그 이론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내가 아는 이론들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비판할 소스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진업쌤, 김민정쌤, 승목이 등이 최근 이러한 것에 영향을 준 사람들인데 전부 각자의 결이 다르다. 나름 좀 생각을 해보고, 사회과학을 가치로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맑스를 공부하긴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목이랑 얘기하다보니까 거대한 자연을 분석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거 자체가 오만하다는 루만 등의 비판도 공감이 가는 지점이 있었다. 이런 것 까지는 괜찮다. 그럼에도 인간은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버, 부르디외, 루만 등의 얘기를 듣다보니 아무래도 베버는 맑스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배워왔지만 그렇지도 않다하고 베버를 제대로 배워야겠단 생각도 들고. 부르디외가 내게 지금 더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 부르디외를 잠시 공부할까하다가 말았었는데 같이 공부하면 충분히 해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예를 들어 베버의 카리스마 개념은 대체적인 맑스주의와는 결이 다른 것은 맞기 때문에 베버를 공부하든 맑스를 공부하든 그 중에 하나만 공부해서는 안되고 할려면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시간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부르디외나 들뢰즈 벤야민 등을 공부하기에는 토대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다. 일단은 들뢰즈의 세미나가 내가 하려는 분야에 필요한 공부로서가 아니라 다이렉트로 일치하기 때문에 그걸 하기로 생각하긴 했다. 공부 생각하면 시간은 없는데 해야할 것들만 너무 많다. 공부할 이론을 선택하는 것은 그냥 한걸음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단계는 많이 밟았다. 난 내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내 스스로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그런 관심사를 가진 이론가를 찾는 것은 기계적으로 하면 금방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심플하다. 그러나 거대이론같은 경우 제대로 기반을 알아둬야겠단 생각이 들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비판적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영향을 받는게 당연하기에 잘 선택해야하는데, 뭘 좀 선택했다하니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