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내 인생에 최고로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제주 강정동에서 온 감귤이었다.
그 주인공은 인천 선생님이라는 분으로, 작년 10월에 제주 강정에서 처음 알게된 분이시다. 언제나 겸손하고 수줍은 미소로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주시고, 배려하시는 정말 누가보아도 참 좋은 분이시다. 인천 선생님은 그 때 이후로, 잠시 11월 대선 전후로만 본가에 들리셨다가 다시 강정으로 내려가셨다. 아마도 다른 지킴이들과 마찬가지로, 차마 강정을 떠날 수 없다는 책임감과 지키고자 하는 사랑, 연대의식때문이 아니셨을까. 지금도 선생님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모든 사람과 자연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고군분투하시고 있다.
나는 10월 후반 이후로 강정에 간 적이 없다. 이제 몇 일 후에나 몇 일 간 제주 강정에 들린다. 원래 12월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어기고 말았다. 내 일상을 포기하기 싫었던 이유였다. 아무도 나를 욕하지 않지만 나는 그것이 미안했다. 강정에 있는 지킴이들은 모두 평범했던 시민이다. 다들 서로가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에 그 곳에 정기적으로 들린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기에, 나만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계속 함께해나가는 것이다. 나도 그 사실을 알기에, 평소 일상을 살면서도 가끔 강정만 생각하면 이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한 나의 일상이 지금도 공사장 앞을 지키고 있을 그들 앞에서 부끄러워지고 만다.
여튼간 인천 선생님과는 몇 번 카톡과 페이스북으로 안부를 나눴었고, 12월에는 내가 강정으로 작은 카드를 보낸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 일 전, 28일에 인천 선생님이 내게 문자를 보내셨다.
'**님 그동안 잘 보내셨는지요? 강정에서 제가 직접 딴 귤을 조금 본드릴려고 하는데 주소가 *** 맞습니까?'
예전에 내가 보냈던 소포 겉면에 써진 우리집 주소를 보관하고 계셨던걸까. 감동해서 찡했다. 그러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귤은 받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웠다. 아마 현재 강정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으면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같지 않을까? 강정 현지에서 추운날 낮과 밤 할 것 없이 고생하는 지킴이들에 대한 빚진듯이 고맙고 함께 그 곳에 있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 그 분에게 되려 무엇인가를 받는다는건 사실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성의도 무시할 수가 없어 고민을 하다가 짧게 안부를 여쭈며, 곧 2월 초에 강정을 가니까 그 때 함께 귤을 따면 되겠다고. 귤은 다른 분에게 보내드리는 것이 더 감동적일 것 같다고 문자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보내주신 답장은 이랬다. '그렇군요... 그때까지 남아있는 녀석들은 없을 것 같고 그때 오시면 한라봉이나 같이 먹읍시다!!'. 안 보내시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택배가왔다. 직접 딴 귤 '조금'이 아니었다. 10kg를 꽉꽉 채운 상자였다.
<사진>
이건 그냥 감귤이 아니었다. 내게는, 내가 존경하면서도 또 빚졌다고 생각하는 분에게, 드린 것이 아닌 되려 먼저 '받은' 선물이었고, 나는 이 선물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람이라고 토닥여주는 위로였으며, 받은 만큼 더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채찍이었다. 또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질 모르는 강정에서, 따뜻한 집밥을 먹고 안락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보내주신 선물이었기에, 그것도 일일히 하나씩 다 딴 선물이었기에, 나는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사진도 찍고, 박스 겉면에 붙여진 운송장 표지도 떼어 내 책상 위 유리 사이에 끼워두었다. 행복하든, 슬프든, 권태롭든, 여하튼 내 삶에 대해 진지함을 잃어버린 것 같은 어느 순간 순간마다 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졌다. 감동이었다. 내가 여지껏 받아본 선물 중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된 것 같다.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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