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창피할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이라는 기준을 사귄 사람 이상으로 넓게 잡자면 내 첫사랑은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 그것도 전설적인 술안주감이었던 아이돌 출신 문희준이다. 내 방어부터 하자면 나도 열여섯 전에는 아이돌그룹들은 볼품다고 깔보고 최신가요는 저급하다고 깔보고 평론으로 검증된 음악들을 찾아듣던 편협한 허세꾼이었다. 좋아하는 유명인은 백석 같은 시인이나 양조위같은 깊은 눈빛의 배우였다. 근데 어떤 계기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물론이지 좋아하기 이전부터 이 사람이 얼마나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는 지는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으로 뜨거울 때 인터넷만 접속하면 문희준과 오이와 욕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고 옹호글이 있으면 부모욕하는 리플부터 쏟아지는 것들을 보고 경악했었다. 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