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4_일지

9.24

90' 2013. 9. 24. 21:55



1_

조용한 방이 갖고 싶다.
도봉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이 장소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면서 도착하면 조용한 내 방에서 글을 썼으면.



2_

수유동 419사거리, 광진하이츠빌라 앞에 가게 됐다. 내 유년기의 모습과 똑같았다. 파라오 단란주점, 옆에 장보러마트... 광진빌라는 늘 똑같다. 큰 길가에 덩그러니 마당을 가진 빌라. 현관문에 걸린 거울.

마침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셨던 201호만 불이 켜져있었다. 내가 여섯살부터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할머니댁. 우리집도 늘 근처였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보았던 그 때가 벌써 14년 전이라는 생각에 정신적네으로도 그대로인 것만 같은, 얼굴도 그대로인 것 같은, 하나도 자라지 않은 내 모습이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14년 전 그 창문에 서서 집에 가는 나를 향해 손을 저으시던 할아버지 (며칠 후에 돌아가셨다.) 그 때 그 모습 그대로다. 이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내 여섯살부터 내 집처럼 드나들던 추억을 고스란히 18년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은채 갖고 있고, 난 언제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집앞까지 한 번에 올 수 있는 한산한 1126버스에 고맙다. (얼마전에 신설된 노선인데 사람도 거의 안타서 왜 생겼는지 고맙기만하다. 덕분에 도봉도서관에 자주 갈듯)

할머니는 아직 내 곁에 있으시다.



3_
김연수의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을 때, 마구마구 작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사서 거기에 많은 상념들을 적어두고 싶다. 누가 그랬더라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었나. 책을 읽고 작가에게 바로 전화를 걸고 싶은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김연수다. 몰라봤다 김연수!

그리고 꾿빠이, 이상을 읽고 있다. 창작하고 싶어진다. 2차가공으로 말이다.



4_

역시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 그리워하고 애타야할 텀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아날로그의 맛이 필요하고 최대한 폰을 멀리해야한다. 오늘도 배터리가 끊겨 저녁에 연락을 못하고 들어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우가 보고 싶어지고, 그렇지만 전화할 수 없기에 더 좋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단 42초동안 안아주고 뽀뽀해준다는 말을 했다. 짧았기에 '소모'랄게 없었고 애틋하고 촉촉했다. 오늘부터는 하루 한 통씩 편지를 쓸 것이다. 다행히 기분이 너무나 좋은 날이기에 출발로도 완벽하다.



5_

모든 것은 블로그에 기록할 것이다. 예전에는 글을 손으로 쓰는걸 우선으로 하려했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모든 중요한 기록은 손으로 쓴 것도 블로그로 한 번 더 정리할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다 검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백업화는 필수.

손으로 쓰는 것은 안하면 안된다. 물론이다. 하루 계획과 오늘 한 것 읽으며 느낀거 생각난것들 배운거 그런것들 다 쓰되 시간낭비 안하고 아날로그적인 최대효율로서만 이용한다. 그리고 집에와서 제대로 블로그화.

참고로 시간낭비아니게 말이다. 가능할 것 같다. 독서노트 이런것도 블로그에 다 해야할 것 같다. 계획과 기록, 미시적공부노트, 지인에게 편지는 손으로 쓸것.




6_

김연수는 포스트모더니즘. 음. 하루키도 그렇다는데. 나는 포모를 모더니즘보다 좋아할려나? 여튼 지니님의 글도 생각났고.

갑자기 든 생각은 중요한 것은 그런 내용이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그런 글이 남는다. 여태껏 내가 쓴 글들을 보면 그런게 남지 않는가.

바보같은 나는 그런건 다 지우고, 거기서 '주제'와 '결론'만 다 정리했지. 물론 정리요약은 좋지만 그 본문들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분명 하드에도 넣어둬도 찾기 힘들고해서. 블로그 카테고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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