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4_일지

2020년을 보내며 간단한 단상.

90' 2020. 12. 31. 18:44

올해 뿌듯하지 못하다. 좋았던 어쩌구 연말결산하는 리스트 쓸 생각도 별로 없다. 진짜 일 밀려가면서 겨우겨우 했다. 잘한게 있다면 기타레슨을 뽑겠다. 레슨 아니었으면 다른 일에 밀려서 절대 못했을텐데 레슨비는 강제명령비용이다. 그런데 감사할 것은 너무나 많다. 우선 내 집, 일하는 곳, 엄빠집, 할머니-이모댁, 동생네집이 진짜 다 한동네여서 감사하다. 예전에 해외에서 살 고민을 하다가 안 간 것도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같이 있고 싶어서였는데 아직까지 계신 것도 감사하고. 할머니 뿐만 아니라 이미 환갑 한참 넘긴 아빠와 이제 환갑되는 엄마도 언제까지 건강할지 모르고 몇년 후에도 지금같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생네도 이사갈 수도 있는데(동생네는 공주가 있어서 가깝게 살아야만 해 ㅠㅠ) 여튼 가족들하고 다 한 동네여서 금방 볼 수 있고 이게 당장 내년부터도 누가 이사가고 신변이 바뀔 수 있기에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십대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이나 소설같은 것들을 지금도 나름 비슷하게나마 설레면서 보고 들을 수 있어서 그 꿈을 아직 갖고 있어서 희망이란게 있어서 감사하다. 감사한건 사실 엄청 많다. 양극화가 가속되는 요즘, 나는 많은 조건들에서 분명히 여유있고 선택할 기회가 많고 이것은 부끄러울만하게도 기득권임을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이 빨리 가버려서 벌써 21년이라 솔직히 별 감회도 쓰고 싶지 않은 심정이지만 딱 올해 시작되었던 1월 1일의 목표 하지만 이루지 못했던 목표 그대로 가자고 다가오는 내년도 살 것이다. 내가 하는 계획 그대로 천천히 꾸준히 밀어붙이고, 좀 더 겸손하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늘 인지부조화를 겪으며 살고, 낮은 곳을 바라다보며 살자고. 그렇지 못하기에 목표이고 그걸 계속 기억하고 살려고 한다.

+ 생각해보니 올해는 코로나가 결정적이었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대도 아마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을 거의 안잡는 한해였을 것이다. 정말 약속 안잡고 살았는데. 편하기야 너무 편하지만, 즐거운 가능성들을 죄다 놓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 너무 심했고 내년에는 비대면이라도 좀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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