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17_스크랩·자료

두서없는 내문서 일기 - 121113

90' 2013. 1. 8. 01:39

<8월의 크리스마스>... 최고 수작. 비치보이스를 듣고 음악을, 마르케스를 읽고 소설을, 니체를 읽고 철학을, 촘스키를 읽고 정치학을 하고 싶었다면, 이젠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영화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 정도다.

 

1. 우연적인 낭만이 가능했던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 지금은 폰으로 바로 연락했겠지만 둘은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사랑을 키워간다. 나는 몹시 서러워졌다. ‘인간 냄새없는 우리 시대. 신영복의 중도 철학처럼 AB를 품고 가야되는데 그 A는 아날로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고전이 늘 통하는 이유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상이 아날로그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이다. ‘도움이 되는 디지털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디지털만 쓰고 있고, 우리 세대는 마치 아무도 아날로그의 사랑을 하는 것 같지 않다. 나 또한 그렇다. 우리 세대는 주거문제도 있어서 폰으로 맨날 대화하고 만나면 몰래 모텔가고. 이 영화처럼 나도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못보다가 연정이 쌓여 한 번 씩 찾게 되고, 사진관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 마음을 키워가는 사랑이 하고 싶다.

 

2. 1번에 이어지는 얘기지만 사람냄새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한국은 더욱 경직되어있다. 온갖 부패와 사람 목숨을 개똥취급도 안 하는 소위 높은 직급인들, 팍팍한 삶에 미디어도 경직, 정치인이 받아야 할 도덕 심문이 애꿎은 연예인들로만 향해서 조금만 잘모하면 마녀사냥을 당하는 연예인들, 일반인 들 중에서는 젊고 예쁜 여자들. 특히 내 세대는 명곡이나 명화 하나 없는 팍팍한 문화 속에서 외모지상주의, 학력지상주의 같은 몰개성의 숭배 사회에서 커와서 아무런 낭만적인 추억이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올인이다. 내 세대에서는 완벽하거나, 혹은 한 번 실수하면 바로 기회가 차단되고 전락하는 ALL OR NOTHING 이다. 중간은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의 정을 갖고 주변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웃을 도와준다는 것은 내 기회가 깎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정말 <사람냄새>나는 사람이 나의 소망이고 꿈이다.

 

3. 제들마이어의 말- 예술이 인간적인 내용을 포기하지 않는 데서~-처럼 기본기로 모든 예술에 대한 실력을 쌓으면서 그 내용은 인간적인걸 고수하자는 것인데 더 세분화하면 내가 느끼는 이 사회의 모순-내가 강정에서 느낀 것, 내가 외모에 대해서 생각하는 강박증- 등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다. <사람이 인간 냄새를 풍기는 이상 아날로그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우리 세대의 괴리감>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그리고 그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아날로그처럼 나도 사람냄새 풍기면서 살고 싶은데, 현실은 온통 경직되어있어서 나는 그렇게 살 여건이 안되고, 나를 포함해 내 또래들은 이 남아도는 에너지를 술 쳐먹는데나 연애하는데 소모하거나 도서관에 틀여박혀서 보증없는 미래를 위해 경쟁하러 공부하거나, 또 소수는 나처럼 사회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이걸 적는 것이다. 무론 더 나아가서 내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쓸 것인지, 분노에 더 집중할 것인지 등등은 아직 구상을 해보지 않았다. 주제를 또 적는다면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은 충족되지 못하고, 그 청춘의 에너지는 고작 질낮은 일이나 무작정 공부, 사회에 대한 무기력한 분노로밖에 쓰여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이겠다. 난 실제로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늗네 이걸 채우질 못하고 고작 시험공부와 디지털 연애, 사회비판의 분노로만 에너지를 낭비하며 거실에서 분노의 춤을 추었다. 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불쌍한 청춘인가. 이보다 서러운 청춘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