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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내문서 소설일기 - 11????

90' 2013. 1. 8. 02:16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물을 마시며 죽는 날을 상상한다. 그게 오늘이어도 괜찮도록 마음을 다 잡고 책 몇권을 골라 가게로 출근한다.


나는 이 가게를 사랑한다. 나는 평생 여행을 다니고 살 수도 있었고, 남들이 안정을 위해 필요한 소속감이 없어도 그런 데로 살아갈 수 있는 집시의 기질을 가졌고 그럴 만한 능력도 있었다. 정치가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도 하고 싶었고, 소설도 쓰고 싶었고, 사상을 쓰고 싶었고, 전위 음악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가정을 꾸리고 한 남자와 아이로 내 세계를 만들고 걸레질을 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든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것에 있어서 다른 모든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단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거기에 있어 가장 힘든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내 자신을 위해서는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일 ㅡ 실질적인 정치 행정일 등을 단념하는 거 였다. 도대체 가만히 살고 싶어도, 다른 이들이 제대로 못하니까 피해자가 자꾸 나오잖아.


결국 나는 다른 이들의 행복을 포기하고 나를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삶은 가게를 차리고, 예술, 사회의 소비자가 되어 사는 일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소영민의 권리' 파업을 선언하고 몇 주 동안 여행같은 걸 다녀오곤 한다. 좋은 삶이다.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도 않고, 회색 콘트리트 안에 갇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만든 곡식이나 화학 제품을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포장한 것을 사 먹고, 눈을 닫고 살지는 않는다. 비록 요리를 말고는 특별한 창작은 하지 않지만 가장 행복한 단계의 소비자이다. 그날 빵든 빵이 다 팔리면 그냥 닫고 가기도 한다. 남편이 우리는 차를 서비스를 주기도 하고 손님하고 밤새도록 얘기하기도 한다. 다음 날 늦잠을 자면, 몇 시간 늦게 출근하기도 하고, 손님이 없을 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보통 분위기에 맞는 빵집은 아니다. 민속 찻집에서나 비슷한 분위기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야채떡빵 등 빵이 주 위주라서 빵 집으로 차렸지만 차도 판다. 이도 저도 아닌 차는 아니다. 가장 좋은 차를 직접 사오고 차를 시키면 주전자와 돌덩이, 전통 찻잔을 모두 챙기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다른 차도 댓가 없이 우려준다.


애초에 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나 같은 손님 혹은 내가 필요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오거나, 혹은 거리낌 없이 대화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친구가 없었다. 아쉽게도 내 얘기를 편히 들어줄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혼자였다. 음악을, 책을, 영화를, 뉴스를, 이 세상 전부를 찾아 상상하고 생각했다. 나를 편안히 하는 것이나, 분노케 하는 것, 설레게 하는 것... 모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세계에서 빠져 나와 모두가 내게 기대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기 위해 부던히 내 자신을 숨겼다.


어쩔 때는 내가, 아니면 손님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고, 나 혼자 헤드폰으로 듣기도 한다. 어쩔 때는 바다에서 직접 녹음해온 바닷 소리를 틀어주기도 하고 새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아무 것도 틀지 않는다.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별로 남들에게 방해거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노래소리가 큰 일반 카페가 내 신경을 자극하기에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 책은 소설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음악은 비틀즈. 뉴스나 영화나 데이트 같은 건 오늘 없다. 평화롭고 행복하고, 가장 편안한 형태의 하루다. 새벽부터 밀가루를 반죽하고 찹쌀을 입힌다. 야채를 썰고 떡빵을 만든다. 쫄깃쫄깃!


피자도 한 판 만든다. 참고로 나는 모두 유기농으로 만든다. 포장해 가는 손님들에게도 일회용품이나 버려질 종이(일회용!), 비닐봉지 같은 건 일체 쓰지 않는다. 쓸만한 그릇에 랩으로 덮어 준다. 갖다 주던가, 평소에 쓰던가 하라고 한다. 어떤 손님은 그걸 모으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그것이 너무 많아 이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늘상 가지고 오기도 한다.


우리 가게에선 모두가 평등한 관계다. 모두가 친구다. 기분 나쁜 손님이 있으면 나는 그 손님을 내쫓는다. 욕을 하는 손님에게는 전기충격기를 가한다. 나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이다. 이건 약자에 대한 연민이 말라버린 사회에 대한 전위적 정치적 저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