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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내문서 분노일기 - 11????

90' 2013. 1. 8. 02:16

우선, 결국 쓰기로 결정한 한국 사회에 대한 선언서를 앞에 둔 지금, 포털사이트에서 희망버스가 이슈화되고 있다.

집회나 여러 사회 단체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참 별 생각이 다 든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언론은 늘 데이트하고 외모꾸미는 연예인만 좋아하는 대학생 혹은 대학에서 술먹고 학점관리뿐인 취직걱정 젊은이들만 대해서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 다 그런가보다, 어느순간부터 그렇게 의식할 뿐, 그 언론 정책의 이면에는 사실 이만큼이나 깨어있는 사람들은 많다는 것. 지금 주류 40대들이 20대보고 보수화됐다느니 열정도 도전도 없다고 해도, 실제로 대학이 죽었다고 해도, 그 안 혹은 그 밖에서, 홀로 혹은 작은 공동체로서, 분노 혹은 짐짓 무뎌진 감정으로 고군분투하는 '어린'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을. 희망버스를 함께 타자고 말하는 대안학교, 10대커뮤니티, 대학생들의 작은 공동체들을 보며 난 혼자가 아니라는 힘을 다시 얻는다. 비록 지금도 연대 없이 나 홀로 있지만말이다. 그들, 여러 세대들이 함께 모인 참가자들은 적어도 옳은 것에 대해 기꺼이 포옹을 해줄 사람들일거다.

내가 대학에 가지 못해서,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서, 화나서, 또 다른 의미로는 나 스스로도 교육을 너무너무 원해서, 그렇게 대학을 간 뒤에 선언을 하면 그것만이 의의인가? 전혀. 누가 설령 교육하나 받지 못하고 가진 것 하나 없더라도, 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마이크를 주거나 귀담아 들어주거나포옹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이다. 더군다나 그 주체가 젊고, 학벌이 낮을 수록 더욱 더.

기성세대가 잘하는 말, '청년들이여, 도전해라' 같은, 하지만 실제로 그러면 대학생밖에 안된 것이 뭘 믿고 그러나, 하는 그들의 말처럼 나는 젊고, 좀더 자신을 사랑해야겠으므로 복잡한 머리에 담아두지만 말고, 내 생각 하나 말하지 못하는 금기를 깨기 위해 그 도전을 해야겠다. 그리고 모르는 일이지만 그 기성세대가 날 옹호해줄 수도 있다. 사실 그 기성세대들에 내 부모님부터 해서, 밖에서 만나면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말이다. 내 정서를 좀 유연하게 다듬어줄 필요도 사실 있는 듯하다...

한국 사회를 떠나 범국제적으로 활동한다해도, 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내 운명이다. 지금 시간낭비하고 상처를 입더라도 내가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 혹은 의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여지껏 망설였던 이유는 첫째, 이것이 나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문. 둘째, 제대로 교육을 받아보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겠다는 것. 셋째, 이 좋은 나이에 한국비판하고 있는 것은 내 재능과 시간 낭비이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것. 넷째, 한국에 더 발이 묶인다는 것. 이런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몇년동안 기다려도 그런 사람도 나오지 않고, 내가 별로 못쓴 글로, 시간 낭비 없이 선언을 하더라도, 그것을 주류 언론과 여론, 그리고 여러 사회단체들이나 소위 깨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드리냐의 2011년 선례 하나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대학에 가면 적어도 여자고, 어리고, 대학도 못간 타이틀은 가질 수 없다. 이것은 내 결함이 아니고 그냥 내 지위일 뿐이다. 이런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신비화된 펜대를 잡는 것이, 한국엔 절실하다. 솔직히 힘겨운 일이기도 하지만 의무감이 든다.

40대를 비롯한 주류 세대들과 내 또래 혹은 10대들에게, 다양성을 환기시켜야만 한다. 너네가, 상상만 했던 그 이상을 나도 하고 있었고, 이것은 금기가 아니라 자유롭게 터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끔 만드는데 일조해야한다. 그 생각없는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었을 때, 과연 포옹을 해줄지, 혹은 짓밟는지, 기성세대들이 자신을 자문해볼 기회도 필요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이정도는 아니였다. 인정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분명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내 친구들이, 찾아만 보면 많을 것이다. 그들이 더 연대할 수 있게끔 힘이 되고 싶기도 하다. 나 여기 있다고.

그 다음은 쉽다. 한국만큼 변화가 빠른 나라는 없다. 기성세대만 바뀌면 나라 전체가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이지만 솔직히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는 몽상가라고 하는 것 같아 넘겨두고, 분명 앞으로 한국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정책이 이모양이라도, 청년들이 행동하지 않더라도 잠재된 의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0대가 가기 전,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했던 내가 대학거부자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채 20대가 오자 역시 한순간에 나는 루저가 되었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학문과 평범한 대학 생활을 위해 대학을, 물론 죽은 한국 대학은 아니고, 진학하려 하긴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난 매개채만 되면 성공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날 분노하게 한다. 2011년의 키워드는 분노이다. 바로 엊그제 분노를 삭히고 이성을 찾고자 생각했지만, 옆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분노도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