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으니 이제 습작할 때 배낄 형식을 정해야하는 과정이다. 셰익스피어와 도스또옙스키의 정석적 서사이냐, 아니면 보르헤스와 마르케스의 마술적 현실이냐. 나는 둘의 장점을 조합시킬 것을 생각했다. 보르헤스를 읽으면 그가 ‘이미지’를 쫓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점은 독자가 그 안에서 더 창조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전개가 빨라 문장의 압축력이 높고 세속적이기보다 우주를 포괄하는 것처럼 단체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강정을 쓸 때도 도스또처럼 내가 설명하기 이전에 보통 소설의 사전형처럼 내가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되긴 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고전 명작들을 보면 설명하는 투가 굉장히 많고 생각보다도 대사가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전자에서 각 인물들과 인물들 사이의 확실한 설정 정도만 가져오고 구태여 형식에 매달리지는 않기로 한다. 나는 그보다 후자의 빠른 전개와 응축력을 기를 작정이다. 예컨대 강정에 대해 서사적으로 질질 끌며 나 스스로 피곤에 빠지며 평범한 소설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우주와 박학다식한 역사적 사실을 끌어들여 현재 인류가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놓인 지를 ‘이미지’를 쫓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강정의 현실을 조합시킨다. 그러면 강정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관점으로 더 탄탄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은 비참하기에 더더욱 아름다워야 좋다. 그러니 나는 ‘이미지’를 쫓기로 한다. 이것은 또한 촌스럽지 않은 정치 이야기가 가능한 형식이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을 보르헤스화, 헤세화, 도스토옙스키화, 마르케스화, 칼비노화, 셰익스피어화 해보며 내 양식을 확인해본다. - 기본적으로 보르헤스를 지향하되 그 이야기에 맞는 형식에 다른 작가들도 맞춰본다. 이를테면 햄릿의 분명한 캐릭터, 죄와 벌의 뚜렷한 서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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