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뉴스 보면 정말 한숨 정도가 아니라 다 불질러버리고 싶은 분노를 느끼는데 86들이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꼴에 더이상은 적당히 예의차리면서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근 십년간은 86을 비판하면서도 인간적으로는 적대시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저 (생략). 혁명을 얘기해야 개혁이라도 할텐데 이것들은 혁명, 아니 최소한의 개혁을 위한 자기 인식조차 결여되어있다. 제일 뻔뻔한 놈들이 심지어 지가 뻔뻔한 줄도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이기냐. 조국을 옹호하고 싶으면 차라리 조국마저도 그지랄을 할 수 밖에 없던 문제를 짚던가. 조국은 어쩔 수 없었다는 둥 자기 자식들도 솔직히 다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냐면서 솔직해지자는둥 하는 놈들도 역겹고. 사람이 속물이 된다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할 때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고 말을 해야 덜 꼴깝이지 않나.
그 와중에 조민이 고대 수시 원서를 넣을 때의 스펙을 봤다. 한영외고 내신성적 5등급 이상, 텝스 800점, 토플 103점, AP 미적분학, 생물학, 화학, 미시경제학 5점(만점), AP 거시경제학 3점. 나는 2011년에 AP 과목을 7개를 들은 적이 있다. '더 좋은 대학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그저 내 관심사로 유학가서 공부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는데 필요해서 준비했었다. (이후 강정마을에 가게 되서 한국에 남기로 결정해서 무마되었다.) 당시 AP 한 과목에 25만원정도씩 시험 접수비만 150만원이 넘었었다. AP 학원은 강남에만 있었고 혹은 과외를 받아야하는데 기본 백만원단위였던 기억에 그건 꿈도 못꾸고 문제집과 시중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기출문제를 사서 준비했었다. 기출문제를 사는데만 50만원 즈음 혹은 그 이상으로 들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딱 중산층에 편입이 될까말까한 상황이었고 (이것도 누군가에 비해서는 엄청난 특권임을 인식한다) 당시에 부모님한테 접수비를 지원받을 때도 '우리집 상황에 비해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무엇이든 내가 공부하는건 나 혼자 했었고 시험을 치러 안산에 갈 때에도 당연히 혼자 알아서 갔는데 나 빼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님이 마중나오더라. '대학 스펙'을 따기 위해 부모들이 안달내는 모습이 너무 지겹고 진절머리 났다.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정말 섞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 정보를 얻기 위해서 커뮤니티들을 들락날락했고 한국 학생들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대충 어느정도 점수를 잘 받았다고 서로 평가하는 지 정도는 알고 있다. AP 과목은 1점부터 5점 만점까지 책정되는데, 조민이 택한 과목들은 한국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기도 하고 AP를 보는 학생들은 대게 4점 혹은 5점을 맡는게 보통이었던 것 같다. 토플이나 텝스도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말하기가 뭐하지만 보통 대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조민의 점수는 기본적으로 넘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 성적으로 대학을 갔다는게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정말 놀고들 있네 하는 생각.
조민 얘기로 너무 빠졌지만. 나처럼 마이웨이가 강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리고 나름의 특권을 가져온 사람 조차도 살아오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냉소와 '당연히 나는 저런건 지원받을 수 없으니까 좀 허접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혼자 준비해야해' 라는 생각들을 갖았는데 보통의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떨런지. 상대적 박탈감보다 당연히 나는 못하겠지, 못받겠지라고 내면화하는게 제일 무섭다. 조국 사태에 어떤 대학원생들이 원래 그런거 아니냐고 했다던데 난 그게 제일 무섭다. 살아오면서 존경스러운 선생님들도 자기 자식만은 어떻게든 대학 스펙 쌓으려고 하는 꼴들을 당연하게끔 봐왔고 그걸 다 쓰레기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자기가 냉소 없는 시대에 사회생활을 해서 기반을 다잡고 자기 자식에게도 좋은 사다리를 내렸으면 아가리를 닥치든, 혁명을 얘기하든, 조국 옹호를 하고 싶으면 그 잘났다는 조국마저도 그렇게 해야했던 이유를 짚어라. 좆같은 소리들 하지말고. 내가 아직까지도 지금까지도 중년 것들 오냐오냐해준다면 내가 노예새끼지 사람새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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