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27_86 비판론

언젯적 왕가위며 나는 그걸 왜 또 소비하는가

90' 2021. 3. 9. 14:19

최근에 왕가위나 이와이슌지 옛 영화들이 재개봉을 했다. 보기는 봤는데 보러 갈 때에도 보면서도 다 보고서도 화가 났고 착잡했다. '때가 2021년인데 언젯적 왕가위야. 이제는 00년대 생들도 왕가위를 빨아댈 정도로 단단히 세습적이구만.'이라는 생각. 단순히 옛날 작품이 자신에게 맞고 그걸 좋아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게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만 귀속될 수 있다면 상관 없겠지. 하지만 90년대 생들은 물론 00년대생들에게도 신드롬과 같은 유행은 없었으며 그 자리를 대체해주는 것이 특정 세대의 독점된 문화로 점철된게 문제다. 그런 메세지가 유행처럼 들어오면 당연히 따라가게 되어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엄빠 세대가 보고 좋아했던 왕가위를 똑같이 좋아하고 역시 엄빠 세대가 듣고 좋아했던 유재하를 똑같이 좋아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나름 성숙한 감수성이 있다는 증표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새로운 세대의 고전이 등장하리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도 엄빠 세대의 것들은 도무지 지워지질 않는다. 나도 나이를 먹어 엄빠 세대가 엄빠가 됐던 나이가 됐는데도 전부 그대로다.

시간이 흐를 수록 진보한다는 믿음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떻게든 달라지기는 해야한다는 것. '이 감성 자체가 예전에도 좋고 지금도 좋아.'하는건 단순히 자기만족이겠지만, 조금만 비판적으로 수용하다보면 이상할 것이다. 엄빠세대는 시대를 바꾸지도 못한 주제에 시대팔이해서 생색은 다 내고 변절에도 떳떳하고 욕심대마왕이라 부동산은 물론 문화 상품마저 아직도 독점하고 90년대 생을 넘어 00년대 생을 그늘 아래 두고 있다. "이 때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왜 난 향수를 느끼는걸까"라는 00년대 생의 댓글에 혼자 화가 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려나. 지금 최근 FM 영화음악 다시듣기를 하다가 왕가위 쥬크박스 편을 듣고(FM 영화 음악도 윗 세대들이 좋아하던 건데 나도 아직 탈피하지 못함) 김세윤 디제이가 소개한 왕가위 팬들이라면 꼭 살만한 책이라는 <왕가위-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을 검색하다 이건 꼭 사는 것이 창작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사만원이 넘는 책을 지금 주문했다. 무력하게도 이 식민지배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팔자다. 감성팔이에 나이브하게 휘둘리지 않는다해도 실제 세계에서 새로운 세대에도 통하는 영향력을 아직도 공고하게 가지고 있기에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문화 창작물을 대상으로 86에 대한 분노를 투영하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을 몇년 전까진 했었는데, 이미 세대가 몇번을 바뀌었는데도 이 지경이면 애초에 진작 얘기가 나오고도 남아야지. 당연히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가장 권력이 큰 세대의 소비 문제고 독점 문제로 연구할만 하다. 티비만 봐도 단순한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연예인들마저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데 죽을 때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오래된 문화적 토양은 오죽할까. 학계 사람들이 이런 것 좀 신랄하게 연구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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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머리로 슬프지만 그래도 뇌절하면

1. 몇일전 FM영화음악에서 소개되서 방금 사게 된 책. 빨리 흡수하고 싶다.ㅋㅋㅋㅋ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9280887

 

왕가위

8,90년대 홍콩 영화 뉴웨이브를 이끌었으며 특유의 영상 미학과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살아 있는 거장 왕가위의 인터뷰집이다. 왕가위가 영화평론가 존 파워스와 자신의 영화와 인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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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세윤피디가 왕가위 팬이면 제일 좋아하는 뮤직테마가 있대서 생각해보니 바로 생각난 곡. 아비정전 너무 폼잡아서 별로 안좋아하는 영화고 춤추는 장국영에 대한 애틋함 이런건 없는데 유덕화가 장만옥 기다릴 때 나오던 이 곡은 진짜 너무너무 좋아함. 그 다음 순위로는 해피투게더에 피아졸라 트랙들.

www.youtube.com/watch?v=o8TrJJbg7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