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7_일상의 미학

일의 재미

90' 2022. 1. 12. 20:14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 무엇을 배우면 계단형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정체구간이 있는데 버티다 보면 한순간에 올라가는 구간이 있다고. 누구나 정체기가 있고 또 올라가거나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있다. 나는 한 계단의 올라가는 과정이다. 다시 정체구간이 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다 재밌다. 

여지껏 번역일은 다 미뤘었다. 이미 십일년 전부터, 어쩌면 처음으로 나만의 능력으로 돈을 벌었던 일이었다. 고맙게도 인맥을 통해 아직 날 기억해주고 어쩌다 한번씩 의뢰가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다른 더 중요한 일들이 있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명목으로 하지 않고 다른 지인에게 넘겨드렸다. 아무래도 네이티브도 아니고 평소에 한국에서 살다보니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럼 내 루틴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밀어냈던 것 같다. 그냥 하면 되는건데 완벽주의 기질과 합쳐져 핑계거리였던 것 같다.

아예 앞으로 안 하려는 일이면 모르겠지만 그런건 아니니까 시간이 되는한 할 수 있으면 하는 것도 좋다. 오늘 관련한 의뢰가 왔을 때 관성처럼 안 하려다가 자료를 넘겨받고는 충분히 할만한 양이다 싶어서 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요즘에 일이 재밌어서 그 동력으로 받게된 것 같다. 

지난 십년은 항상 내가 할 영역들을 넓히기보다 줄이고 좁혀서 전문적으로 해보자라는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정해졌고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물론 루틴이 깨지는건 힘들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고 나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내가 오래한 취미 같은 것도 기회가 되면 해볼 생각이다.

아까 친구를 잠깐 만났는데 나의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기에 프로덕션 홍보도 했다. 예전에는 지인이나 페이스북 등에는 말을 아끼던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적어도 지인들에게는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고 홍보도 최근 들어 만난 지인들에게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더 편하고 진취적으로 나가는 데에는 지금의 재미가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 정체기가 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