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30_그외:리뷰

'민문연'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90' 2013. 1. 11. 02:46

'민문연'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나는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의 회원이다. 첫 계기는 2008년이었다. 한창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였다. 지금도 그렇듯 촛불을 든 사람들을 "좌빨"이라 둔갑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도 있겠고. 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2008년 촛불은 너무나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진 소위 "애국" 혹은 상식선의 집단이었다. 정치에 적당히 거리를 두던 시민들도 큰 주축이었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으로서 한창 그 당시 김구 선생을 세상 누구보다 존경했었다. 지금은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전형적인 보수, 애국선상의 반듯한 역사관을 가진 녀석이었달까. 

 이를테면 그랬다. 우리 동네 근처에 독립 열사 묘역이 많은데, 2008년 당시 아주 나를 화나게 했던 기사 하나가 있었다. 무려 이시영 선생님 묘소를 100세 며느리께서만 관리하신다는 기사였다. 지금 찾아보니 안 나와서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기억으로는 장애인 아들과 둘이 사시면서 선생 묘를 관리하시는데, 그에 대한 관리비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고발 기사였다. 몇 일 후에 혼자 묘소를 찾아갔더니 계단도 한참 올라가야했다. 그 곳을 백세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올라가실지, 옆에 손잡이나 손을 짚을 기둥같은 것도 없어서 조금이라도 삐끗해 넘어지시면 얼마나 큰일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올라가니 선생 묘는 푸른 풀도 없고 다 시들시들한데다가 잡초도 없이 다 파여서 흙으로만 덮여 뭉쳐진 부분도 많고 하여튼 너무 부실해보였다. 강북 구청 등 전화했는데 공무원의 전화돌려버리기 스킬만 당하다가 결국 전화가 이어진 곳에서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러나 이런 전화 해주셔서 고맙다. 정도의 말만 들은 적이 있다. '기특하다'라고 안 들은 게 어디냐. 뭐 대략 이런...

 나는 그당시 터지는 전쟁, 비리 등 나를 슬프고 억하게 만드는 것은 많이도 있었지만, 특히 역사와 언론에 대해서는 굉장한 애착이 있었다. 근대사를 공부하면서 얼마나 욕을 내뱉고 가슴을 치며 울었었는지. 그렇다보니 돈 안 벌고 근근한 용돈만 있던 열 아홉에, 하나만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자면 그것이 <민족문제연구소>였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때는 스무살인가, 스물 한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민문연에 메일을 보내 지금은 돈이 없으니 후원을 중단해주세요, 적어도 내년 몇 월까지는 다시 후원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대략 이런 식으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뵐 날이 있길 바랍니다 하고 쿨하고 친절한 답메일을 받았다. 결론만 말하면 약속한 그 해와 그 달을 한참 지나 고작 몇 달 전부터 다시 후원을 시작했다. 사실 안이하게 까먹고 미뤄온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어디의 후원 회원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이왕 시작한 거 수는 적더라도 진득하게 오래가는 게 좋다보니 내 정치관, 역사관 등에 맞아야 하는데, 민문연은 '어쩔 수 없게도' 역사에 따라 민족을 많이 강조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범국가적인 내 가치관에 조금 민족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경계했기 때문이다. (내 정신이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도 고민 끝에 다시 회원을 하게 된 이유는 이와 같다.

1. 민문연에서 내가 후원 회원이 아닌데도 거의 매달 회지같은 것을 보내주셨다. 그 종이비와 배송비가 죄송했다.

2. 메일로 다시 회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뭐 만약 민문연이 싫어졌다면 이 정도는 미안하긴해도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원은 안했을거라 생각하기에 큰 변수는 아닌듯)

3. (결정적 이유) 민문연의 민족성의 가치 등에 대해서는 내가 민문연에 대해 전혀, 잘 모르니까 단언하면 안되겠지만, 확실한 것은 있든 없든 적어도 민문연이 닫힌 민족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기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역사 왜곡과 침탈로 위태위태한 한국 역사... 그런데 나라 안에서마저 자국 역사를 이젠 가르치지도 않는다는-.,- 이 판국아닌가. 자국의 근대사가 묻히면 묻힐 수록, 자국민들이 자국 근대사를 모를 수록 진짜 보수들에게도 '좌빨' 운운하는 게 먹히니까, 틈만나면 역사 교과서, 역사 강사들에게 좌편향이라며 논란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판국 아닌가. 여기서 민문연이라는 단체가 그 중심에서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선에서 너무나 활발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만큼 정말이지 후원회원의 사전적 뜻만큼 민문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후원 중단할 때 보냈던 메일을 보관함에 넣어놨었다가, 다시 후원 시작하려고 메일 보낼 때 보관함에 있던 메일 답글로 보냈었다. 그렇게 보내면 메일 받는 사무국 쪽에서 내 상황 파악이 더 쉬울 것 같아서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착한 답장이 정말 따뜻하니 훈훈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예전에 보냈던 메일을 아직 보관하고 잊지않고 있다가, 다시 찾아준 '마음'이 고맙다고 하셔서. 메일을 새로 안 쓰고 예전 거에 답글로 보내길 잘했다고 실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