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11_가족

소연이 결혼식.

90' 2020. 12. 3. 00:45

소연이가 결혼을 했다. 일단 내 남동생을 제외한 첫 사촌동생의 결혼식이기도 하고. 소연이는 사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촌들 중에서 제일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아끼는 동생이다. 우리집은 천주교지만 제사를 해왔었는데 아빠가 맏아들이라 아빠 남매 전부가 모일 때도 있지만, 어쩔 때에는 작은아빠댁만 오실 때도 있어서 작은아빠댁 두 딸 중에 맏이인 소연이랑은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그걸 제외하더라도 소연이는 그냥 유별나게 좋다. 

우선 소연이는 나랑 닮은 구석이 많았다. 아빠 남매들이 다 비슷하게 생기셨고 나는 여자다보니 고모들을 많이 닮았는데. 소연이도 나랑 엄마보다는 아빠쪽을 닮은 편이라 특히 얼굴형이라거나 약간의 생김새가 닮았다. 나랑 내동생은 별로 안닮았고, 소연이도 소연이 동생이랑 별로 안닮았는데. 그런 지점에서 동질감이 기본적으로 들기도 했고 나이차이도 얼마 안나고. 그나마 가장 자주 보는 사촌동생이다보니 이러저런 얘기들도 많이 했는데 항상 소연이와 있는 시간은 편하고 나를 부끄럽게 혹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소연이는 정말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나는 어릴적부터 그렇지 않은듯 하면서도 사실은 엄청난 반골이었고 그걸을 대놓고 드러내고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가족 친지들 앞에서 그건 아니다! 라고 갑분싸도 잘 만들었었다. 포용력 좋은 가족친지들 사이에서 자랐기에 가족친화적일뿐 기본적으로 타협이 안되는 선이 있어서 이 가족에서 태어난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소연에게는 가끔은 미안하게도, 이런 언니를 늘 더 크고 깊고 밝은 에너지로 묻히게(?) 만들며 융화시켜주는데 선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동생다운 귀여운 모습도 늘 보여줬었다.

소연이는 정말 슬램덩크의 소연이 그 자체랄까. 나는 여고를 갔어도 여자에 대한 환상(?)을 버릴 수 없었는데 그건 우리 소연이같은 사람을 내가 실제로 알기 때문이었다. 항상 나를 추켜세우는데 그걸 부담스럽게 하는게 아니라 항상 진심어리게 말해주고, 또 내게 기대주고, 그러면서도 할 일을 너무나 잘 하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녹이고 티나게 하지 않는 재주를 가졌다. 어른들에게 소연이가 늘 먼저 말을 걸고 사랑스럽게 대하면서도 내가 질투가 난다거나 압박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그게 소연이여서였다. 내가 사춘기 때에도, 스무살이 넘어서도 늘 소연이만 있으면 든든했다. 정말 김소연 미담을 쓰다보면 날밤을 새도 할 수 있다. 우리 소연이가 얼마나 대단하ㅜㅠㅠㅠㅠ 흑흑.... 나중에 또써야지..

여튼간에 이건 10월 17일 소연이 결혼식 사진인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해본다.... 나중에 소연이랑 어릴때부터 같이 찍은 사진들도 한번 찾아봐서 또 쓸거야.... 내사랑... 스무살 때 만나 8년인가 연애한 남자친구와 결혼한 소연이! 일잘러에 대학원까지 잘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소연이, 결혼생활도 소연이답게 사랑스럽게 하기를 바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