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ily/11_가족

엄마의 양성 진단, 할머니 걱정, 사각지대 노인권

90' 2022. 2. 26. 17:08

좀 전에 엄마가 자가키트 양성이 나왔다. 같이 살진 않지만 매일 오가다가 나는 몇일 전부터 오미크론 확장세 때문에 내가 혹시라도 걸려 옮길까봐 걱정되어 엄마나 할머니집을 일체 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옮긴 건 아니라 그와중에 안심했다. 난 누가 걸리면 내가 걸려 옮기나 했는데 원래처럼 매일같이 들렀으면 엄마가 걸려 내가 옮았을 수도. 

어제 엄마가 할머니댁에서 오랜만에 점심먹자고 하길래 내가 음성나오면 괜찮겠지하고 오늘 아침에 자가키트하고 할머니댁을 갔고 여기서 엄마 자가키트 검사를 해준거다. 엄마도 하게 자가키트 챙겨오래서 아무생각없이 가져갔고 엄마를 해드렸는데 엄마가 양성이 나왔다. 알고보니 엄마는 오늘 목이 아파서 이미 피씨알 검사도 받고 왔고(결과는 안 나온 상태) 혹시 몰라 새벽 미사도 나가지 않았단다. 

나는 할머니한테 옮길까봐 걱정되는 건데, 엄마가 오늘 아팠으면 나한테 엄마집으로 오라그런다음에 검사하고 할머니집을 오든 했어야지 왜 여기와서 하냐라고 했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이모댁에 같이 사셔서 평소에는 이모가 챙기는데, 현재 이모의 친한 친구댁의 부고로 이미 몇일째 제주도에 가계셔서 그동안 엄마가 수목금 매일 할머니를 챙기기 위해 오가와서 어차피 계속 왔었으니 오늘도 할머니댁에 왔던 것이었다. 나는 몇일째 엄마 할머니를 안만나서 몰랐었다. 일단 엄마를 집으로 보내고, 할머니도 검사를 시켜보았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원래 상황이었으면 엄마가 거의 뒷정리를 했을텐데 오늘은 내가 다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더 오래걸렸다. 그러면서 돌봄 노동이란 무엇인가 느낀다. 할머니처럼 늙고 노쇠한 사람들은 누군가가 돌봐주어야만 한다. 할머니는 평소엔 이모가, 이모가 없을 때엔 엄마가, 엄마도 없을 땐 나든 누구든 봐드려야 한다. 이모부는 지금 지방에서 일하고 계시고. 마침 내일 이모가 오전 비행기로 오시니 엄마가 격리시작해도 텀이 안 뜨지만, 이모도 안계셨다면 내가 봐드려야지.

걸음이 벅찬 노인은 겨우 한번 나가는데도 그렇게 힘든데, 나가기 힘드니 장을 수도 없고, 인터넷 주문도 못하니까 누군가가 밥을 챙겨줘야 한다. 쌀만 있다해도 밥도 하기 힘든데, 반찬은 어떻게 해드시나? 누군가 해드려야한다. 정말 요양 노동이 필수 노동이고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데 이는 대부분 나이든 여성이 맡고 있다. 그것도 인력이 부족한데, 우리 할머니야 다행이지만 다른 많은 같은 상황 그보다 못한 상황에 놓인 노인들은 대체 어떡하고 있을지 걱정된다. 동물이 최약자임을 마음으로 깨닫게 되고 인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관심폭이 좁아졌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은 정말 걱정된다.

p.s. 이제 환갑이 엄마가 확진(예정)된건 걱정이 솔직히 안되는거 보면, 진짜 오로지 훨씬 나이많은 할머니 걱정이 100%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