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ah Jones - Summertime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가치관의 혼돈이 온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1930년대의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다. 작중의 '나'는 '조르바'를 만난다. '나'란 사람은 책과 씨름하는 주지주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어떠한 온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삶, 뭔가 단순하면서 격정적이고 굴곡진 삶의 경험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삶을 사는 '조르바'에게 매혹된다. 조르바는 자유를 사랑하고, 결혼이란 것에 대해 부정적이고, 여자는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자도 인간이냐고 묻는 조르바. 이 조르바가 죽을때까지의 이야기를 '나'의 생각으로 풀어나간다. ‘나’는 조르바를 만나고 행복하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p.115 |
작중 '나'가 아닌, 이 독후감을 쓰는 나는 작중 '나'와 닮았다.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진중하고 심약한 구석이 있을 것 같은 '나'와 달리 나는 가볍고 실실거리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속 안 알맹이를 보면 '나'와 나는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몸으로 무언갈 부딪혀서 많이 해보기보다는, 혼자 책으로, 영화로, 음악으로, 연극으로 대리로 해본 것이 많다. 함께보다는 혼자가 익숙하다. 보통 사람들이 내 첫인상을 보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샌님인 것이다.
소위 머리형, 가슴형, 배형... 이렇게 사람을 세 가지 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면, 난 분명히 머리형인 사람이다. 내가 이렇기에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저 내가 이런 스타일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리고, 못하는 것은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항상 보완하고 싶어했던 것은 생각의 명쾌함과 단순함이었다. 나는 줄곧 사소한 것조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뿌리까지 내려가서 Over thinking을 한다. 이로 인한 에너지 소모는 엄청나다.
그런 부분에서 나도 작중의 '나'의 초반부 구절과 같이 소위 야만인과 같은, 그런 것에 대한 일종의 동경이 있다. 그렇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처음부터 공감을 했다. 그러다 '조르바'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작중의 '나'는 '조르바'를 너무나 동경하고, 애타게 원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혼란스럽다. 그가 신선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정 좋다기 보다, '아니, 이래도 되는걸까?'라는 의문을 갖게한다. 조르바가 남녀를 바라보는 태도. 성Sexual적인 태도가 너무나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한다. "두목, 예수가 오늘밤에 태어납니다. 당신도 가서 당신 기적을 연출해요!"라고. 나는 적어도 겉으로 성적인 것을 드러내지 않는 문화권에서, 또 로만 가톨릭 종교색의 배경에서 자랐다. 이걸 가지고 내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르바를 나도 닮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조르바'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와는 이런게 다른데 이런걸 닮고 싶다, 라던가 하면서 책을 읽었다.
다른 것들은 조르바가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나와 다르고, 이런 부분에서 동경스럽고, 어떤 부분에서 대단하다고 느낀다. 어떤 부분 - 여성을 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만 공감도 가는 양가의 모순적인 감정이 든다. 그런데 이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앞서 말했듯 너무나 내가 사는 공간의 문화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은걸까?'라고. '이 조르바를 사람들이 그렇게 닮고 싶어한다고? 내가 이렇게 산다면 사람들은 손가락질할 것 같은데!'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관의 혼돈이 온다. 그리스인 조르바, 를 읽으면서 말이다. 얼마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고, 내 가치관은 어떤지를.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다. 분위기와 같은 것. 풍기는 아우라를 말한 것이었다. 나는 지적이고, 신념있고, 외유내강이고, 이상적이지만 노력하고, 여성스럽지만 강한. 평소는 도도하지만 맘은 따뜻하고, 어디 나가서 발표는 당당하게 잘하고 똑부러지는. 그러면서도 빈틈있고 귀여운.... 결국 확실한건, 조르바스럽지는 않다는 것이다! 뭔가 어섹슈얼한듯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연하게도) 성욕이 있다. 그런데도 내가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에는 성욕이 왕성한 모습은 절대적으로 배제되어있다. '조르바'는 섹스란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한 현세주의적인 삶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에 그런 조르바스러운 모습이 합쳐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괜찮을까? 이러한 '검열'을 하게끔 한다.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조차도 제 3자에서 나를 객관화시키려는 모습이다. 나이기보다 보여지는 나 말이다. 여성주의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내가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당하기를 원하는, 수동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다.
'조르바'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를 보는 남자는 모두가 여자를 갖고 싶다고 말해야 합니다. 여자란 가엾게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라면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 겁니다. p.80" |
그동안 내 가치관이라면.... 한국 문화대로. 겉으로는 성에 대해 문란하지 않도록 보이고. 적당히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을 미덕으로 치는 그런 현대 문화랄까. '조르바'가 말하는 것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한편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회 구조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서 말이다.
웃지 말아요 두목. 여자가 혼자 잔다면 그건 우리 남정네들의 잘못이에요. 우리는 최후의 심판 날에 우리가 한 짓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가 얼마 전에 서로 애기했다시피 하느님은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들 몫의 스펀지를 준비하고 계시지요. 그러나 그 죄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와 잘 수 있는데도 자지 않는 사내에게 화 있을진저! 남자와 잘 수 있는데도 안 자는 여자에게 화 있을진저! 호자가 뭐라고 했는지 생각해봐요! p.186-7 |
전생에 봉사의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친 남자와 여자들, 남자이면서 남자 노릇을 거절하고, 여자이면서 여자 노릇을 거절한 것들인지? p.187 |
무언가 이 대목에서는, 내가 내 젊음을 꽁꽁 싸매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위 말해, 남자랑 잘 수 있는데 자지 않은 죄가 있는걸까? 나는 절제되어있고 신비롭거나 지적인 느낌을 선망해왔다. 나는 갖가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끔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만날 때는 그들에게 그것과 배반되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두려운 구석이 있다. 그런데 조르바와 같은 가치관이라, 이건 전면적으로 내 삶과 충돌한다. 도대체, 무엇을 어찌해야하는 것인가?
또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그리고 고트족의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정말 헬레니즘적인 사람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기본 지식이 충분치 않으니 잘 알수가 없다. 궁금해서 나중에 교수님께도 여쭈고 싶다. 우선 교수님께서 주셨던 핸드아웃과 교재를 참고하면 이렇다.
헬레니즘 |
이성, 진리 추구. 이지주의, 합리주의 : 공정한 관점, 객관성, 중용, 절제의 덕 중시 인간중심; 현세의 삶 찬양, 다양한 교양의 완성, 심적, 육체적 완성미 조화, 균제, 통일 개인적 자각, 자기중심주의, 자유주의, 인본주의, 현세주의, 주지주의. |
히브리즘 |
내세중시: 현세의 부정, 금욕적 태도 주정주의, 낭만주의, 신비주의, 상징주의, 반주지주의, 주관주의, 초현실주의, 형식의 미완성 |
또한, 교재를 보면 이렇다.
절제와 사회적 책임감의 틀 속에서의 개인의 자유정신은 그리스 사상의 현대성을 잘 설명해준다. 2세기도 안 걸려서 그들이 정치적 지적인 공백상태에서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위대한 단일문학과 사상을 낳게 한 것은 바로 이 자유정신인 것이다. p.22, 서양사로 배우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그런 '전공'은 야만인에게나 어울리지 그리스인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인간은 팔 하나, 다리 하나, 그리고 하나의 감각기관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 많은 감각기관, 다양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심신의 균형을 기하여 발전시키는 것, 즉 지식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며, 이 균형을 어기면 괴물이 되고말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p.23, 서양사로 배우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고전주의적 방식은 객관적이고 외향적이며 본질적으로 우주의 원리를 형식화하고자 하였던 반면에 히브리의 경향은 직관적이고 신비적이면서 우주의 외연적 징후보다는 오히려 신과의 영적교감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p.197, 서양사로 배우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고전적이라는 말은 형식화되고 세련된 예술이란 뜻과 같은 의미이다. 히브리 저술은 이에 반해 꾸밈이 없는 소박하고 자연발생적인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히브리 저술의 훌륭함은 인간애를 강조하고, 가슴에 호소하고, 신비로운 황홀경과 초자연적인 장엄성을 존중하는 데 있다. 주정주의와 염세주의는 상호 관련성이 있을 것이고, 오랫동안 히브리인들의 한 맺힌 고난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히브리 저술이 풍기는 지배적인 톤은 고전적 낙관주의와는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략) 형식적이고 완전하고 조리있고 매서운 진술, 가공적이지만 정연한 상상력, 다분히 감정적이라 하더라도 잘 통제된 언사-이러한 것들이 담긴 작품을 접하려면 고전주의 문학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황홀경과 서정성, 영감적 신비와 거대한 웅장감, 풍부한 이미져리, 감각적 안온감, 감동어린 소박한 가정적 분위기-이러한 성향을 지닌 문학이라면 히브리 문학을 단연 능가할 것이 없다. p.199, 서양사로 뱅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게르만족의 삶의 이상은 쉬지 않고 낮에는 전투하고 밤에는 주연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히브리족의 특성이 신 중심이면서 주정주의적이고, 고전주의가 지를 중요시한다면, 고트족의 절대적ㅇ니 이상은 활동의 애호라고 규정하여도 과히 무리는 아닌 듯싶다. p.271, 서양사로 배우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 세르반테스, 레시쥐와 같은 작가들이 창조해낸 작중인물들이 다 같이 행동파의 주인공들이었다는 점,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의 독일 철학은 적극적인 행동의 원칙이 이성의 힘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였닫는 점을 유념하면 그것은 고트족의 기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p.272, 서양사로 배우는 서양문학, 고양성 편역.
헬레니즘을 한 마디로 표현하다면 '자유'인 것 같다. 이 자유인 조르바는 확실히 셋 중에서는 헬레니즘적인 사람이 맞는 것 같다. 굳이 고르자면 말이다. 유일신을 신비롭게 찬양하기보다 유머러스하게 넘기고 그는 현세의 삶을 찬양한다. 오늘만 사는 남자, 라고 할까. 아레떼-균형잡힌 제너럴리스트의 면모도 보이는 것 같다. 자기중심적이고 인본주의적이다.
나는 이번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셋 중에 그나마 꼽으라면 헬레니즘에 가깝지 않으려나 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혼란스럽다. 난 정말 조르바같은 사람은 아니다. 못된다. 너무 차이가 많다. 그렇다고 딱히 헤브라이즘적이라거나 고트족적인 것도 아닌 것 같다. 이 조르바의 지중해적 기질을 가졌다기에는 훨씬 내성적인 무언것인가가 있다. 그렇다고 신비주의는 또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나는 이 과제를 끝내고, 다시 이 책을 구매해서 읽을 작정이다.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 생각해볼 것이 많다.
나의 경우는 굳이 고르자면 헬레니즘에 가깝지 않았을까,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난 정말 조르바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헤브라이즘에 가까운 사람일려나? 생각보다 나는 이상적이고 고고하고 절제하고 신비스러운 것을 가치관으로 삼아왔던 것 같다. 사실상 어떤 부분에 있어 금욕적이라는 것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금욕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부분에 대해서 놀랐고 왠지 모를 희열감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헤브라이즘에 가깝지도 또 않다. 궁금하다. 사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조르바에게 질문하고도 싶은 것이다. '당신은 참 머리가 좋은 건가요? 아무리 당신처럼 살려고 해도, 기본 지식이 없이는 그만큼 사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메모를 안 하고도 그걸 다 기억할 수 있나요? 나는 메모를 해야할 도구가 필요한데요."
나는 사실 과제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뒤늦게 접했기에 중간까지만 정독하고 그 뒤에는 훑었다. 나는 이 과제를 끝내고, 다시 이 책을 구매해서 읽을 작정이다.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 생각해볼 것이 많다.
'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 > 12_그외: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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