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11_문학

김소형, ㅅㅜㅍ

90' 2015. 11. 21. 13:26

〈ㅅㅜㅍ〉

꿈속이라 믿었던 숲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음악이고 어디서나 음성이던 숲 
저는 환한 잠을 따 광주리에 담았습니다 
제게 잠을 먹이려는 어수룩한 무리가 있었고 다시 이 세계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사들이 있었지요 밤마다 불 피우며 땅속에다 숲을 두고 돌 속에다 숲을 두고 주머니에도 발가락 사이에도 두었습니다 
이미 죽은 당신에게 총을 겨누는 병사들과 당신을 묻기 위해 땅을 파는 인부들과 숨겨둔 숲을 찾아 도끼질하는 벌목꾼을 피해 그리하여 숲은 만들어졌습니다

숲을 두고 숲을 두고 
그저 당신과 하루만 늙고 싶었습니다 
빛이 주검이 되어 가라앉은 숲에서 
나만 당신을 울리고 울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