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9_역사유물론

역사논쟁에 관한 의견충돌에 관해

90' 2016. 9. 16. 18:46

굳이 말하자면, 저는 둘 다를 이해하고, 또한 저는 그 둘 다에 반대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것은 '중립' 따위의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중립을 지킬 수 없습니다. 제가 둘 다를 이해하고 둘 다에 반대하는 이유는, 둘 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었으며 인문과 사회를 논하기에는 기본 자격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지난 역사에 대해 진상을 파헤치며 운동하는 평화활동가들을 압니다. 저는 일본에서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너무나 착한 친구들을 압니다. 국가에 대해서 반대하는 좋은 사람들도, 찬성하는 좋은 사람들도 압니다. 그 반대도 압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민간 단위로 해외협력을 하며 희생하시는 분들을 압니다. 한국의 여론도 선행하는 일본인이 나오면 그때마다 또 다른 여론이 형성됩니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만약 애국에 대해 생각한다면, 애국을 하고도 존중은 커녕 배반을 당한 이순신, 김원봉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단지 차별 혹은 분노만을 위한 차별과 분노입니다. 

그렇다고 역사가 없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역사는 잊는다고 해서 잊혀질 수 없습니다. 폭력을 실제 체감해오고 그것을 역사로 살아온 분들이 아직까지 살아있고 저는 그런 분들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차별을 겪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단순히 지울 수 있습니까? 우리가 기억하든 설령 무시하든, 그들은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존재를 있고 없고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하나의 소우주입니다. 당장 한 가문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었는지만 쓰더라도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 몇 억명이 지나온 역사를 어떻게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몇 억명 일일히 알 수 있을 때까지 함부로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학자로서 통계를 낼 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편의상일 뿐이지, 엄밀히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역사는 없애고 싶어도, 이미 세상 모든 인과관계의 원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제게 기사 한 지면이 아니라, 적어도 책 몇 권 분량의 글을 읽어주겠다는 약속 없이는 어떻게든 굴절되고 왜곡될 뿐입니다. 수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상 제각각의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이미 과거의 일만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현재에 열심히 하는 것이 현세 사람의 도리겠죠. 과거에만 집착해 현재를 보지 못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요.

단지 사람은 전부 다를 보며 살아갈 수 없으니, 어딘가 치우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둘 다 필요하되, 방법론을 이원화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키우고 또 둘 다도 다루는 제너럴리스트도 키워야겠지요. 저는 제너럴리스트인 쪽이며 치우쳐진 부분으로는 둘 중에 어떤 쪽인지 잘 모를 정도로 둘 다에 큰 감정이나 공감 혹은 반감을 느끼곤 합니다.

역사를 기억해야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당연히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비난을 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엄밀히 말해 역사에도 방법론이 많습니다. 여기서의 역사가 어떤 정견을 갖고 있는 역사인지도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비판에 대하여 열린 귀와 공감할 수 있는 인성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