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가려고 한다. 부모님께 말했더니 너무나 좋아하신다. 양가 식구들이 모두 천주교인이다. 난 모태신앙이었다가, 중학교 때부터 자의반 타의반(성당 언니들이 날 질투한 사건을 계기로) 무교가 되었다.
머리 커서도 성당과, 불교 서적을 뒤적였으며.. 스무 살에도, 스물 두살 즈음에도 다시 성당을 찾았지만 거리감이 느껴져 포기하고 말았다. 교리와 교인들의 상당한 괴리감은 성당 공동체 안에 나를 소속시키기 힘들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바보같았다. 나는 진리탐구적인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 반신반의했고, 무조건적으로 믿는 신자들에게 나의 불확실성이 민폐를 끼치진 않나 괜히 혼자 미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회는 나 같은 사람들도 감싸줘야한다. 주객전도가 되어 나만 미안해했고, 물론 내가 다가서지 않으니 그들 역시 다가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 함께 성당을 다니던 친구들 중 몇 명은 신실한 교리 선생님으로 애들을 끌고 다녔고,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나 같은 ENTP 여자들은 천주교든 기독교든 교회에서 눈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고 한다. 거리를 두고, 외향적이지만 개인주의적이고, 논리적이며 옳고그름을 중시하기 때문에, 무리짓는데에서 나오는 집단성과는 본능적으로 맞지가 않는 것이다. 내가 다가서도, 어떤 그룹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다.
이제는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희생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다. 예전처럼 내가 얻고자했던 영적 에너지를, 현실적 괴리감때문에 포기하진 않을 것이며 내가 미안할 것이 아닌데 미안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 집단을 가든, 그것이 종교이든 어딜가나 이상한 사람도, 존경스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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