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11_문학 26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저자김연수 지음출판사창비 | 2005-05-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연수의 ...글쓴이 평점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었다. 아마 2년 전에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1. 문학을 전공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웃기다. 사실 국문이면 문법이나 고전 위주, 영문이면 영어 위주. 그나마 독문이나 노문이 문학배우긴 나은 정도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냥 감정이 쑥 오니까 내심 아쉬워지는 것이다. 문학을 강요받는 무언가가 내 삶에 존재했으면 싶어서 말이다. 내가 찾지 않아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음 좋겠어서 말이다. 2.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것: 왜 아름다울까 싶으면, 코로 숨만 쉬어도 하얀 입김이 얼듯한 설산이라는 이미지도..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 다시 읽으며

# 밑줄.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 프롤로그 중 산문시를 꿈꾼 흔적이 없는 산문은 시시하다. - 11 진실은, 그것이 참으로 진실인 한에서,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인은 함부로 진실을 진술하기보다는 진실이 거주하는 고도의 언어적 구조물을 구축해야 한다.우리가 ..

흰 바람벽이 있어 (노래 제목으로도 좋을 듯)

백석. 언젯적 윤동주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예전에는 비등비등하게 좋았는데 지금은 백석이 더 좋다. 바로, 순수함, 솔직함. 꾸미려고 하지 않아서 순수한 감동이 있었다. 의식의 흐름을 좀만 가지를 쳐내는게 몇 번의 퇴고와 다듬어지고 꾸며진 글보다 백배천배 낫다. 그걸 깨달았다.내 가사에도 멋을 내지 않도롤.내 말은 멋을 내되 보는 사람이 멋 낸 가사처럼 느껴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이,순수하고, 솔직하고, 무슨 말인지 시상전개가 되어지는 그런 가사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1941)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140409

심보선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모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하재연 당신이 나를 당신에게 허락해 준다면 나는 순백의 신부이거나 순결한 미치광이로 당신이 당신임을 증명할 것이다.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낳을 것이고 우리가 낳은 우리들은 정말로 살아갈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처음 내는 목소리로 안녕, 하고 말해 준다면. 나의 귀가 이 세계의 빛나는 햇살 속에서 멀어버리지 않는다면.

이시카와 다쿠보쿠 / 일본 시선

노래하는 밤의 노래들 [2008.10.24 제732호][시 읽어주는 남자] 김연수의 새 장편소설 덕분에 찾아 읽은 일본 시들 »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선〉· 〈일본현대대표시선〉(왼쪽부터)김연수의 새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2008)를 폭풍우에 떠내려가듯 읽었다. 강렬한 여운에 오래 갇혀 있고 싶었다. 시집을 들춰보기가 싫어졌다. 신간 시집 읽기를 포기하고, 소설에서 스치듯 언급된 시 한 편을 확인하기 위해 옛 시집을 편다. “내 친구는 낡은 가방을 열고/ 희미한 촛불이 흩어지는 마루 위에/ 여러 가지 책을 꺼내놓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이 나라에서 금지된 것들이었다.// 마침내, 내 친구는 사진 한 장을 찾아내어/ ‘이거야’ 하고 내 손에 얹어놓고는/ 조용히 또 창에 기대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식물들의 사생활,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저자이승우 지음출판사문학동네 | 2014-01-1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발간에 부쳐 한국문학의 ‘새로운 20년’을...글쓴이 평점 엔도 슈샤쿠 에서처럼 천주교적이면서도 범신론적인 영적 기운이 느껴진다. 인물들은 나무가 되려 한다. 사람이 나무가 되는 변신의 과정은, 모두 '사랑의 좌절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다. 나무가 되는 방법이든, 짝사랑 상대에게서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를 듣는 것이든간에 모두 좌절한 사랑의 댓가로 보상받기 위함이다. 나아가 이렇게 느낀다. 사람은 좌절한 뒤 어떤 방법으로든 보상받고 싶어한다. 상처받은 사람도 전염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덮는 유일한 것은 지속적인 사랑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의 죽음의 공포 섹션, 그리고 알랭 바디우 을 읽은 ..

로베르토 쥬코

주제에 대해 콜테스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걸까? 우선 이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인가? 과거가 있는가? 미래를 믿는가? 희망은 있는가? 없다. 주인공 쥬코도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등장인물 모두 과거가 없다. 여자아이의 오빠와 언니만 생계에 대한 희망만 가지고 있었을 뿐 그마저도 여자아이가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로서 좌초된다. 이들은 급격히 발전되는 사회에서 외각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다. 이 희곡에서는 사회의 물질적이거나 사람들의 정신적 진보조차 보이지도 않는다. 각 장의 장소들인 집, 쁘티 시카고, 지하철 등은 모든 이들을 삶과 사회의 뒤편으로 밀어낸 곳이라는 것 쯤만 추측할 수 있다. 자연은 아예 보이지 않는 회색 모노톤이며, 인물들의 몸은 망가지고, 정신은 황폐화되고, 인간미가 없음은 물론이며,..

벚꽃동산

카테고리라이징. 개념화. 객관성. 근거는 대사만이 아닌 여러 다양한 극적텍스트들을 활용해서 하기. 감상과 비유를 논리적으로. 축약함과 간결함 살리기. 벚꽃동산의 상징성 우선 벚꽃동산의 매각을 통해 라넵스까야와 가예프는 자본적 자산이 사라지고, 그 자본은 로빠힌에게 간다. 실제 봉건주의 귀족은 붕괴하였지만, 새로운 자본가의 도래는 전근대적 귀족의 권력과 다름이 없다. 벚꽃동산은 라넵스까야-가예프 남매에게서 로빠힌으로 넘어감에 따라 자본의 이동을 상징하며, 그 자본은 권력계층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인들인 샤를로따, 에삐호도프, 두냐샤, 피르스, 야샤에게 벚꽃동산의 상징이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그들은 벚꽃동산의 매각 전이나 과정, 후에도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귀족들에게 고용됐기에 인간적으로는 다..

순정의 미화는 이기적인 것이 사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송병선 해설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마르케스는 맞다. 어차피 인간은 다 이기적인데, 그냥 자연스럽게 성의 리비도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육체관계를 맺고, 그러고 사는게 합당하다고... 그리고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정말 이기적이다. 반세기동안, 페르디나 다사를 이상화시켜서 자기안의 욕망으로 기대감 환상으로 행복을 느낀 것이다... 순정파의 사랑, 한 사람만을 보는 사랑... 이거 모두 다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이다. 이상화 시키는... 굳이 미화시킬 것이 없다. 이게 더 이기적인 사랑이다. 확실하게 짚어두고 가자. 선택은 자기 몫인데...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균형을 선택하고 싶다. 어차피 이기적이니까, 한 사람만을 보는 순정과 설렘도 선택하고, 그게 싫으면 자유로운 관계를..

콜레라 시대의 사랑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사운드 트랙을 듣고 있다. 상사병으로 자살하는 사람, 그 진한 체취는 죽었다. 여태껏 내가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아직 성장하지 않은 최대의 장애물은 어쩌면 그것이다. 나는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면서도 거부한다. 그것은 나의 고통과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는 이 삶을 아주 잘 살아봐야, 결국 없어지거나, 고작 가까운 미래에 화석이나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수 만 년 전부터의 사람들의 삶,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삶도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고, 꽤 내가 칭송할만한 삶을 산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는 특별하지 않다. 이것들을 내가 똑똑히 받아들여야만 나는 허황되지않게 진실을 살아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