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31_감성취향 46

김연수의 글.

뜨거운 여름이었지. 나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의 이야기를 들었어. 그때 나는 뜨거운 여름 안에 있았지. 그때 나는 영원을 생각하고 있었어. 하늘이나 바다 같은 것, 혹은 시간이나 공간, 우주 같은 것. 어쩌면 사랑 같은 것. 김연수. 원더보이. 소설의 미문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흔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너무나 특별한 일이었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래서 일상의 시간이 감사의 시간으로 느껴진다면, 그래서 그 일들을 문장으로 적기 시작한다면 그게 바로 소설의 미문이자, 사랑에 빠진 사람의 문장이 된다.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아찔한 모터사이클

내가 직접 하는 스포츠라고는 수영이 있다. 더 치자면 요가(?)와 등산(?)을 포함할 수 있겠지. 헬스는 스포츠라고 할 수 없을 거다. 재즈 댄스를 배워본 적은 있다. 사실 춤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동경이 있어서 많이 배워봤다. 잘못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그 중에 내 성향에 맞는 춤은 재즈다. 춤 자체로 아름답고 여성성을 충족할 수 있는 장르는 탱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탱고를 배울 여건은 되지 않으니까. 춤은 그저 '특별한 순간'을 위해서나 남겨두는 일말의 조각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추는 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다고 하니까. 그걸 믿기에 언제고 추긴 춰야하는 것 같다. 내가 직접 해보고 싶은 스포츠로는 럭비와 모터사이클 정도다. 다른 것도 좋지만 정말 고심해서 고르라면 그렇다. 그저 스트레스가 ..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누구와 보내게 될까. 사실 혼자여도 누구여도, 그저 마음이 따뜻하기를 원한다. 이 사진들을 보니 아늑한 기분에 설렌다. 휘향찬란하고 번쩍거리는 거리의 불빛이나 연인의 달콤한 선물같은 설렘보다는 오래된 마음 안쪽을 데우는 따뜻한 장작과 같은, 한 겨울 차가운 온도와 대비되는 포근한 품과 같은 집이 떠오르는 것. 내가 가보지 않은 유럽의 고즈넉하니 작은 마을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불을 밝히고 행복하게 둘러앉을 것 같은 상상. 아니면 경제가 붕괴되기 전 90년대 초 눈내리는 동경- 거리에는 야마시타타츠로의 크리스마스 노래와 티비에서는 도쿄러브스토리의 오다카즈마사 노래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미소를 머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발걸음은 안정적이지만 가볍게 들떠 있다. 차가운 공기와 눈 내림과..

최승자 - 일찌기 나는 / 과거를 가진 사람들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를 가진 사람들 추억이 컹컹 짖는다 머나먼 다리 위 타오르는 달의 용광로 속에서 영원히 폐쇄당한 너의 안구, 물 흐르는 망막 뒤에서 목졸린 추억이 신음한다 그 눈 못 감은 꿈 눈 안 떠지는 생시 너희들 문간에는..

나, 희망이 없는 곳에서.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의 'Key word 영화탐험 - 봄 (2004.03.26)' 편을 들었다. 68년의 프라하, 그리고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한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그리고 그 영화에 깔린 Hey Jude. 이 당시 20대들은 지금 일흔이 훌쩍 넘었을테다. 고인도 많을 것이다. 부럽다. 나에게도 이런 청춘이 도래했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젊은 내가 젊었던 과거의 청춘을 보고 동경하는 것은 꽤 서글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