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만트 바우만의 책을 자주 읽었다. 죽음은 내가 배운 것을 모두 취소시킨다. 일생일대의 삶 앞에서 나는 의무감을 절실히 느꼈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까닭은 삶에 대한 의지였다. 나는 사랑해야했고 느껴야했고 배우고 도전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져버리는 것이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도의적으로 사과하고,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이라면 차라리 버리는게 나았다. 나는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고. 웃을 자유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었다. 내가 나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