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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의 메시 같은 선수 / Live Forever

https://www.youtube.com/watch?v=_bLNCz-ALnE 스포츠 선수라고 해서 환상을 갖거나 무작정 동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쓰는 것을 머리를 쓰는 것보다 동경하는 나의 입장으로서는 멋진 선수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고 닮고 싶다는 영감을 얻곤 한다. "메이저대회 9전 10기 끝에 2021 코파아메리카에서 34살에 MVP를 차지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던 메시." 생각해보면 메시 같은 선수와 동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금도 기량이 죽지 않은 그를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스퍼레이션이다. 천재적인 재능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체 얼마나 성실해야 뼈를 깎는 노력을 그리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반의 반이라도 닮고 싶다. https://www.youtub..

각인

https://www.youtube.com/watch?v=zsE5z2viWXo 이제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조차 모르겠다. 모든것에 별다른 열정이 없다. 우울의 증상인 거 같다. 방금 어릴적 듣던 이 노래를 다시 듣게됐다. 이 곡만큼은 한 사람을 사랑했던 그때가 떠올라서 조금 마음이 절절해졌다. 온통 가슴속에 그 사람밖에 없어서 매일 부여잡고 울던 기억이 생생하다. 순수하게 자신을 바쳐 사랑한 기억이 결국 나이가 든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값짐으로 돌아오는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 사람은 내 연인도 아니었고 그런 애끓는 연애도 아주 오래전이 전부니까. 얼마전 친구가 보내준 테스트 문답에서 하나만 고르라길래 100억, 이상형과 결혼, 초능력 어쩌고 중에 당연하게 100억을 골랐다. 솔직히 이상형이 아니라도..

Another Days(MUSIC VIDEO Full ver.) / w-inds.

https://www.youtube.com/watch?v=7j7qByiqDt0&list=PLn_el5ForiL5EFBm5UqPYQvBtpjHY9-xu&index=10 중학교때 엠넷에서 일본 뮤비들을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윈즈는 일본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아이돌은 아니었는데, 다른 아이돌은 그냥 흥미롭게만 봤었지만 유독 윈즈 곡들은 좋아했었다. 앳띤 소년이라고 해야할지 조숙한 아이라고 해야할지, 딱 본인들에게 어울리는 멜로디가 예쁜 곡들을 불렀는데 이 노래들이 감동적이었었다. 블로그 이웃 한분이 옛날에 포스팅하셨던 것들을 보다가 윈즈를 발견해서, 오늘 오랜만에 winds를 검색해서 한두곡을 듣다가 이 곡도 발견해 들었다. 이게 몇년만에 듣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윈즈 곡들 중에서 제일 좋아했던 거다...

그대의 향기 - 문희준 아니면 유영진

https://www.youtube.com/watch?v=thhv1GyoBiQ 문희준이 에쵸티 할 때(그니까 어릴 때) 이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는데 영상이었는지 음원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는데 하여간 지금은 그 데이터가 없지만 옛날에 많이 들었었다. 나도 까먹고 살았고 언젯적 유영진 그대의 향기인가 했는데, 요즘에 유영진이 다시 스엠 팬들 사이에서 핫해지면서 이 곡까지 발굴되는 상황이 되버린 것. 진짜 살다살다 별 일이 다 있음. 유영진이 인기가 많길래 유일하게 아는 곡 이걸 들었는데 문희준이 부른 버젼만 생각난다. 그게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구글링 다 해봤는데도 자료가 안 나오네. 사람은 지났어도 그 때 그 기분은 그대로 회상할 수 있는데 아쉽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몇안되는 오래된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 글을 하나 오랜만에 써서 봤는데 동감하는게 많았다. 자기가 좋아하던 스매싱펌킨스의 멜랑꼴리앤더인피니트새드니스 앨범이나 퐁네프의 연인들 같은 영화를 다시 봐도 이젠 감동이 별로 없다고. 어딘가 시간을 쓰는데 인색해진다고. 7-8년 전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이 내가 올린 어떤 희곡과 음악과 영화들에 대해서 반가움을 느껴 이웃신청을 걸었고 서로 안부메세지에 얼마나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지 썼었는데 말이다. 나야말로 가장 영혼없이 살고 있는 해가 아닌가 싶다. 나도 옛날 좋아하던 스매싱펌킨스나 비치보이스 음악이나 레오까락스 영화같은거에 이제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특히 돈벌이에 신경쓰게 되고 모든 것의 단가가 높아..

언젯적 왕가위며 나는 그걸 왜 또 소비하는가

최근에 왕가위나 이와이슌지 옛 영화들이 재개봉을 했다. 보기는 봤는데 보러 갈 때에도 보면서도 다 보고서도 화가 났고 착잡했다. '때가 2021년인데 언젯적 왕가위야. 이제는 00년대 생들도 왕가위를 빨아댈 정도로 단단히 세습적이구만.'이라는 생각. 단순히 옛날 작품이 자신에게 맞고 그걸 좋아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게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만 귀속될 수 있다면 상관 없겠지. 하지만 90년대 생들은 물론 00년대생들에게도 신드롬과 같은 유행은 없었으며 그 자리를 대체해주는 것이 특정 세대의 독점된 문화로 점철된게 문제다. 그런 메세지가 유행처럼 들어오면 당연히 따라가게 되어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엄빠 세대가 보고 좋아했던 왕가위를 똑같이 좋아하고 역시 엄빠 세대가 듣고 좋아했던 유재하를 똑같이 좋아하..

다시는 강인하고 멋진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재서씨의 덧붙임처럼 나도 양예원씨의 행보와 인터뷰를 보면 그 올곧음과 강인함에 그의 인간성이 경이로울 정도로 멋지다고 느낀다. 하지만 인간은 상처받고, 특히나 자기 주변의 환경과 상황이 어떻게 맞물리냐에 따라서 더욱 고되고 힘들기도 하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좀 지키고 구부러지기도 하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이토록 강인해보이는 사람들은 그 강인함 때문에 너무 힘들어지면 버티고 버티다가 한순간 부러지기도 한다. 물론 멋있는건 멋있는거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걱정된다. 강인하기 때문에 버텨주겠지 싶은 사람들이 떠났던 순간들도 경험했다. 최근 변희수씨가 돌아가셨을 때 실제로 응원의 말을 뱉고 그에게 전달해본 적이 없는채로 마음 속으로만 멋있다고 생각한게 후회됐었다. 그런 것들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

미나리

미나리 보고 왔는데 기생충 같은 영화랑 비교도 안되게 촌스럽지 않으며 기만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만들었다. 그리고 이건 정말 교포 얘기 어쩌고로 묶기에는 애초에 한국 이야기나 혹은 민족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미국 사람들이 자기 얘기로 이입해서 읽을 만한 미국 영화같다. 화재가 일어난건 이른바 연극에서 말하는 카타르시스, 정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건으로 좋은 의미로는 다시 출발점이 된 가족의 순응적인 태도가 너무 이입되서 가슴이 씰룩거렸음. 이거 페북에 썼는데 댓글을 갈무리하고 싶어 추가함. 아 미나리 보고 싶습니다ㅜ 그런데 기생충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 촌스럽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에구. 기생충에 관련되선 너무 당시에 유행이라 사람들 말이 많아서 진짜 간단하게만 썼었는데요. 고거라도 ..

소설리뷰, 김만복 - 무명한 이야기

무명한 이야기 저자 김만복 아주 오랜만의 리뷰다. 평소에 읽은 것들마다 리뷰하는 편도 아닌데다가 절대적으로 소설을 읽는데 시간도 거의 안 쓰고 허겁지겁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 와중에 한국 소설은 더군더나 안 읽다보니 한국 소설, 그것도 출판사를 통하지 않은 독립출판물을 읽게 될 기회는 여직 없었다. 그런데 이 흔치 않은 기회에 알게되길 잘했다고 느껴 리뷰를 써보게 되었다. 막상 쓸려고 보니까 너무 말할게 많아 쓰다가 줄임. * 1부와 2부로 나뉘어져서 각각 12가지의 단편, 총 24개의 단편들이 모인 소설이다. 독립출판물인데 이 판형의 사이즈와 폰트도 딱 보기 좋았다. 작은데 불편함이 없고 한 눈에 들어온다. 내지는 그린라이트라고 에코페이퍼인데 재질이 색연필로 밑줄치기도 좋은 질감. 여러모로 제..

릴리슈슈의모든 것

오늘 재개봉한 릴리슈슈의모든 것을 봤다. 중학교 때쯤에 이 영화를 처음 봤었다. 그때는 이 영화가 주는 뮤직비디오 같은 형식과 뚜렷한 색체나 강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과 자극적인 플롯에서 나오는 끌림 같은 것을 좋아했었다. 십몇년이 지나고 오늘의 소감은 이렇다. 초반에는 나이브하단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같은 전형적인 십대의 모습을 그리면서, 적당히 음울하고 초록색 필터를 끼고 촬영한 장면들이라거나 거친 핸드헬드 등으로 역시 클리셰같은 연출을 했다고. 그런데 점점 예전엔 느끼지 못한 지점들이 느껴졌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건 부채감과 슬픔과 분노같은 것이었다. 이건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십대를 그대로 그린듯이, 구체적으로 현실의 예들은 얼마든지 댈 수 있을 거였다. 아이들의 극단적이거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