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부:리뷰·창작비평·비교 424

한병철은 스타성있는 에세이스트. 철학자로는 영.

타자의 추방을 읽고 있다. 한병철 다시 읽으니까 좀 별로다. 그냥 글을 있어보이게 쓸 줄 아는 스타성이 있는 사람 같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책을 잘 읽고 잘 발췌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주제에 맞춰 멋드러지는 소감과 적당한 문장을 엮은 느낌이다. 묵시룩적인 느낌으로 의미심장한 문장을 잘 쓴다. 이 사람만의 철학적인 무언가는 모르겠다. 그래서 글 잘쓰는 편집가, 에세이스트 이상의 깊이는 모르겠다. 기대를 안하고보면야 괜찮지만, 기대하고 보니까 별로다. 이 부분은 괜찮아 옮긴다. 막스 셸러의 저작에서 발췌한 문장을 가지고 전형적인 한병철식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일반인 수준의 철학서로서 접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만하다. 13쪽. 식물은 "인간이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욕망한다. 식물의 존재에..

과잉활동. 그리고 한병철.

오늘 한병철을 읽었다. 피로사회와 투명사회와 타자의추방을 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다. 타자의 추방은 빌릴 생각이다. 사랑이라는 테마와 관련해서 에로스의 종말과 함께 타자의추방도 흥미로운 관심사를 다룬 책들이기 때문이다. 타자의추방을 살 생각까진 없지만, 롤랑바르트의 사랑의단상은 원래 사려다가 말았던 책인데 우선 그것은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아마 타자의추방은 안살듯. (롤랑바르트>한병철) 이는 피로 사회에서 내게 중요한 부분 같아서 발췌한다. 한병철은 사색적 삶을 활동과잉보다 우위에 놓으며 신비주의로 귀결하며 본인이 비판하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게끔 되어있다는 프레시안의 비판 기사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별개로 나는 내 자신이 '활동 과잉'적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이는 내 객관화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계를 지워버리는 키치 감성, 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낭만이 짙은 작품인데 인생에는 단맛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지금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스타일이 훨씬 좋다. 세계의 구조를 지워버리는 듯한 키치의 감성. 물론 위로가 될 때는 고마운 감성이다. 하지만 맘에 차지 않을 때는 영 불편하다. 남자는 죽고 오십 년동안 사후 세계에서 생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끝내 고르지 못한다. 후반부에 남자는 자신이 죽지 않았었다면 아마 결혼했었을, 생전의 정혼자가 선택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바로 자신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낮이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었다는 것. 자신이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의 일부였다는 것. 그제..

스페인의 500만명 여성 총파업 믿기지 않는다.

그것은 알기 싫다 이상평론 스페인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상상력.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하루 동안의 총파업이지만 세계 여성 운동 사상 최대 규모였다. 500만명이 가담했다. 교원노조들 개 빡세게, 간호사들도 다 빡세게 파업, 언론 아나운서도 파업. 등등등. 전국에서 가사노동 파업도 대규모로 진행됐다. 스페인 전역에 전부 앞치마를 발코니에 걸어놓고 파업. 내가 스페인에 산다면 어떨까?한국에서 이렇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68년의 봄이 50주년을 맞았다.

삶과 생존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1968년 5월 그리고 2018년 5월. 50년이 지나도 그 불꽃같았던 순간을 살았던 지금의 노년 세대들, 그 쟁쟁한 석학들. 하지만 더이상 그들을 동경하려 하지 않겠다. 냉소도 없을 것이다. 혁명은 한 순간에 튀는 불꽃이 아니다. 한 순간 멋있어지는 것보다 꾸준히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가라고 감상에 젖어 구원을 바라던 몇 년 전의 포스팅이 있었다. 68 세대를 부러워했다. 신사회적 운동 감성에 혹하지도 않은 것은 꽤 됐지만, 이젠 그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세대의 집약같은 사건들, 그것은 나에게도 있으니 구태여 부러워하지도 않겠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것 그것이 혁명이다. 희망은 존재한다. 생존과 ..

로마사논고, 마키아벨리

로마사논고, 마키아벨리, 강정일 옮김, 한길사 강정인 교수의 서문- 정치 영역이 윤리나 종교 등 다른 영역과 구분된다는 점을 명료하게 밝히고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함으로써, 사상적으로는 현실주의 정치사상을 대변한 마키아벨리 - 군주론과 로마사논고의 관계. 현실정치를 중요시하는 사상은 두 저작 모두에서 일관되게 발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주정과 공화정을 적극 옹호한다는 점. 비르투라는 자질을 군주론에서는 정치지도자와 군대의 장군들에게만 결부시켰는 데 반해, 논고에서는 공화국의 시민 전체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러나 군주론에서 사용하는 비르투의 개념은 좀 다른데, 통치자든 시민이든 모두 개인적인 이익이나 도덕성에 대한 통상적인 고려보다 자신들이..

E.O.Wright. 직업과 계급의식.

지난 주 수요일. 사회학세미나2 첫 시간이었다. 오티제외하고. 1조는 계급, 나는 5조였나 문화조였다. 계급조에서 권현수씨가 질문했다. 귀족노조였나. 김동춘 쌤이 대답하셨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조종사의 경우에는 고도의 지식을 가진 기술직이고 연봉도 높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자가 아닌 건 아니다. 라고. 당연한 말이다. 당연히 노동자이다.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성권이에게도 은근히 보였고, 많은 파일럿들도 그런 거 같았다. 자신들은 전문기술직이고 다른 블루칼라와는 좀 다르다는 의식. 난 그것이 눈꼴시렸다. 교수님은 "이러한 사람들-노동자들을 따로 분석하고 조사해보자고 한 것이 라이트"라고 하셨다. 그 때 라이트에게 흥미가 갔다. 이번 사회학세미나에서 한일 가요 감수성을 비교해보고도 싶지만, 어차피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