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일찌기 나는 / 과거를 가진 사람들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를 가진 사람들 추억이 컹컹 짖는다 머나먼 다리 위 타오르는 달의 용광로 속에서 영원히 폐쇄당한 너의 안구, 물 흐르는 망막 뒤에서 목졸린 추억이 신음한다 그 눈 못 감은 꿈 눈 안 떠지는 생시 너희들 문간에는..